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2월31일 감사원의 조치 요구사항을 이유로 경주마등록을 전격적으로 취소시키더니 19일(수)에는 마주등록심의위원회를 열어 7명의 마주에 대해 등록을 취소하고 4명의 마주에 대해서는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경주마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서로 명의를 빌려주고 빌려받아 한국마사회법에 의한 경마시행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조사시점까지 대여 또는 차용한 명의로 경주에 출전을 시켰을 경우는 경주마 등록취소 및 마주등록취소, 조사시점에서 명의를 대여 또는 차용하였으나 경주에는 출전시키지 않았을 경우는 6개월간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들과 관련된 경주마는 모두 등록취소 했다.

얼마나 큰 죄이길래 이처럼 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마산업은 도박과 부정이라는 편향된 이미지에 갖혀 밝은 세상에서 떳떳한 경마를 시행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1993년 고질적인 부정경마의 원흉이던 시행체마주제(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고 경마를 시행한 제도)가 전격적으로 폐지되고 개인마주제(공유마주 법인마주 포함)가 시행됨으로써 경마산업 선진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마사회는 마주를 모집하면서 부와명예의 상징이며 영국의 처칠도 수상이 되기보다는 더비에 출전하는 경주마의 마주가 되고싶다는 말을 했다면서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을 대거 마주로 영입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특혜를 약속하면서 장미빛 공약을 남발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마주가 되면 천하를 얻는 것처럼 많은 국민들에게 마주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 필자도 기자시절 이러한 마사회 정책에 호응하여 마주를 홍보하는 기사를 여러번 썼던 기억이 새롭다.

이후에도 한국마사회는 외부인사까지를 포함하는 마주등록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여러차례 신규마주를 모집했다. 그리고 마주를 모집할 때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불과 2년전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부산경마공원 마주모집이 목표인원에 미달이 되었으며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하는 마주들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마주가 한두명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모두 36명의 마주가 등록취소 되었는데 이중 대부분이 본인의 희망이거나 1년 동안 경주마를 소유하지 않은 마주였다. 경주마를 소유하지 않은 마주를 희망자로 분류한다면 모든 마주가 자의로 그만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마주활동을 하며 한국의 경마산업발전을 위해 몸부림쳐온 마주들을 무더기로 등록취소하거나 자격정지조치를 취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부와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며 엄격한 심사를 통해 모집한 마주를 스스로 내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의 핵심은 부정경마 방지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명의 차용과 대여가 어떻게 부정에 작용하는지 확인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경마선진국들은  차명이라는 단어를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차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토록 강조했던 처칠수상의 영국이 그러하고 호주며 뉴질랜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어느 나라도 차명마주는 없다. 아예 제도가 없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경주마 1두를 놓고 마주는 수십명이 되기도 한다. 불과 몇 년전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 5명이 1만불씩을 투자하여 퍼니사이드라는 경주마를 구입,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스테잌을 휩쓸면서 일약 거부로 등장해 미국 경마산업을 중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차명은 커녕 명의를 5명이 공동으로 사용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제 한국경마도 파트3국에 진입했다. 우물안 개구리식의 폐쇄와 통제,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적 기준에 한창 뒤떨어진 제도들 때문에 한국경마산업 발전이 통째로 저당잡혀서야 되겠는가. 경주마를 소유한 국민이면 누구나 마주를 시키면 그만일 것을 이런저런 규제로 스스로 발등을 찍는 한국경마산업의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더 이상 한국경마가 국제적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