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의 경마산업은 도도한 개혁의 물결을 헤쳐 왔다. 그리고 그 개혁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적인 국산마 생산을 시작했고 뚝섬에 있던 경마장을 지금의 과천으로 옮겼으며 지난 93년부터는 마주제 경마를 시작함으로써 선진화 국제화의 틀을 갖췄다. 2002년부터는 외산마의 개별구매가 허용됨으로써 경주마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을 시행하면서 겉모양만 틀을 갖추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속빈강정 또는 절름발이식 제도와 규정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제대로 된 발전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식 경마제도를 그대로 답습하다보니 세계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공정경마라는 명분을 내세워 권위주의와 통제 규제만을 강화하다보니 경마산업의 발전은 뒤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마주제는 시행했으되 제대로된 마주제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질좋은 경주마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제도와 규정을 잘못 만들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하고 있다.

선진경마시행의 근간이 되고 있는 마주제를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와 통제로 울타리를 쳐놓아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엄격한 심사에 의해 마주자격을 부여하다보니 경주마 생산자도 마주가 되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감사원 지적에서도 나타났듯이 차명마주가 횡행하는 실정이다. 선진경마국 대부분은 경주마를 소유한 국민이면 누구나 마주자격을 부여해 경마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생산자는 당연히 마주를 할 수 있으며 심지어 현역 조교사에게 까지도 생산자나 마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경마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가 상상을 못하는 것을 외국은 시행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경마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마권을 구입하는 베팅부문은 우리처럼 제한을 두는 나라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는 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조교사도 자유롭게 마권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기수도 자신이 타는 경주마에 대해서는 마권구입이 허용된다. 물론 이렇게 자유로운 제도가 시행되는데는 경마창출자들이 매경주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매경주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스스로 도태되는 정책이 자유롭게 구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제도는 나눠먹기식이 팽배해 있으며 마사회직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언론사 종사원도 베팅을 불허하고 있다. 마권구매 상한선제도는 어떠한가. 지키지도 못할 마권구매 상한선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창구의 혼잡만 초래하고 사설경마를 횡행시켜 경마매출액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제도를 우리는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조차 마권구매 상한선을 두지 않고 있다.

상금과 연계한 경주편성 제도 등 각종 경마시행 제도도 곳곳에 후진적인 제도들이 자리잡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수차례 언급했듯이 경마산업은 근간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최고의 경주마를 가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 상금제도도 그러해야 하며 경주편성도 그래야하고 말등록 행정이며 생산정책, 심지어 베팅과 관련한 제도와 정보공개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인위적으로 가로막고 못하게 하다보면 법망을 피해 불법과 편법,부정만 확산되는 것이다. 지난주 경마의 발주기 정상개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한국마사회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더 이상 팬들이 실망하여 경마를 멀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혁과 개방의 큰 걸음을 멈추면 안된다. 곧 있으면 아시아경마연맹 총회도 열어야 하는데 후진적인 제도와 규정으로 인해 국제적인 비웃음이 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