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경쟁중이다. 국가간 이익과 연계해 각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기술 개발 및 신제품 생산을 통한 무역경쟁, 자원확보를 위한 자원전쟁, 과거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토경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산업을 확보하기 위한 문화경쟁, 축구나 야구 골프 등의 스포츠경쟁........등. 이들 경쟁에는 과거에 늘 그랬던 것처럼 이라크전의 예에서 보듯 무기를 동원한 전쟁도 있고 무기는 동원하지 않더라도 각 분야별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간생활도 어쩌면 하나의 경쟁이다.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경쟁의 단계는 개인 대 개인, 기업 대 기업, 산업 대 산업, 국가 대 국가로 이어지고 있다.

경마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경마를 시행하는 각 나라 내에서 생산자는 누가 더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는가 경쟁이 펼쳐지고 있고 마주는 누가 더 좋은 경주마를 소유하는가 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시행체는 어느 시행체가 경마를 더 잘 시행하는가 경쟁하고 있고 조교사는 조교사대로 기수는 기수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마시행국 내부의 경쟁은 더 나아가 국가간 경쟁으로 이어진다.

세계의 경마시행국은 크게 4단계로 분류된다. 파트1 국가는 영국 아일랜드 미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독일 남아공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며 파트2 국가는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폴 인도 멕시코 파나마 아랍에미리트 푸에르토리코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스페인 등이고 파트3 국가는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자메이카 도미니카 에콰도르 폴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트리니다드토바고 슬로바키아 등이다. 나머지 국가는 모두 파트4 국가로 분류된다.

경마산업에 있어서 파트국의 분류는 지난 1981년에 설립된 국제경주분류표준위원회(ICSC)에서 담당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120개 국가중 60개 국가가 이 기구에 가입돼 있으며 아시아 국가중에는 우리나라를 포함 11개 국이 파트국에 진입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시아 국가중에는 파트1 국가에 단 한나라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마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본과 홍콩도 아직 파트2 국가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가 파트3 국가에 진입한 것만 하더라도 괄목할만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경마산업에 있어 세계의 벽은 높기만 하다. 경마의 시행규모와 경주마 생산은 다른 파트3 국가와 경쟁이 될지 모르지만 경주마의 수준 자체는 아직은 최하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질좋은 경주마의 수입과 함께 수준높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만 다른 파트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마산업의 일부 정책은 거꾸로 가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외산마 도입가를 현지가격 2만불로 제한하여 질좋은 경주마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수입마 상한선제는 50년전 일본이 실시했던 정책으로 이로인해 일본은 세계와의 경쟁에서 20년 이상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의 마필수입 정책은 50년전 일본을 따라가 결국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마주의 문호를 지나치게 통제하여 발전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가 경마후진국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마권구매 상한선 제를 두어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유로운 투자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사설경마와 맞대기만을 성행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불필요한 군체계를 두어 제도적으로 승부조작이나 부정경마를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상금과 연계한 경주편성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는 현재의 모순을 풀어나가기 힘들다.

세계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경마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선진화작업이 필수적이다. 경주마를 중심으로 생산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하며 소유와 시행의 선진화도 달성해야 한다. 제도의 선진화에 앞서 의식의 선진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경마산업 전반의 선진화과정을 통해 경마후진국의 멍에를 하루빨리 벗어던지자.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