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마권구매 상한선을 정해놓은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마권구매 상한선을 정해 놓았다는 것은 경마팬의 수준을 업신여기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이는 정부나 마사회가 스스로 경마=도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권구매 상한선은 경마팬이 자제력을 잃고 너무 많은 돈을 베팅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행되는 것이다. 즉 정부나 마사회가 경마팬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한국경마가 시행된지 80년이 넘는 동안 어느 분야가 가장 많이 발전을 해왔는지...... 필자의 판단으로는 각종 경마분야 중에서도 경마팬의 의식 향상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경마팬의 의식이 성장하는 동안 각종 제도나 규정은 그에 부응하여 발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마팬들만큼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경마팬들은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세금과 시행체 수익금을 내고 경마를 즐기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경마국들이 20% 이내의 세금과 수익금을 징수하지만 우리나라는 30% 내외의 세금과 수익금을 징수한다. 선진경마국보다 경마를 즐기고 10% 이상의 경마팬이 돈을 더 많이 잃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대부분의 경마시행국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마권 적중자에게 최저배당율이 1.01배는 넘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연승식의 경우는 1.0배 배당률이 자주 발생한다. 마권을 구입하여 적중하고도 본전 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모든 내기에서 이기고도 본전을 가져간다면 내기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마팬들은 선진경마시행국의 경마팬들보다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 경마팬들의 의식향상이 이뤄지면서 각종 문제제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경마팬 스스로 권익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마권구매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경마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꼴이 되고 있다. 선진 경마국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마권구매 상한제를 실시함으로써 그 부작용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발매창구의 혼잡을 들 수 있다. 한사람이 상한액의 마권을 이창구 저창구로 다니며 마권을 구입하는 동안 정작 소액구매자는 시간에 쫓겨 마권구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기 일쑤다. 지키지도 못할 상한제를 실시하여 혼잡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발매창구의 혼잡은 불법 사설경마(맞대기)를 횡행하게 만들어 경마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키고 있다. 마권을 구입하지 못한 선량한 경마팬들이 마사회의 배당금보다 10% 이상을 더주는 사설경마꾼들의 유혹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설경마꾼들은 중간에서 세금을 포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발전, 특히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사설경마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검찰을 중심으로 사직당국의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사설경마는 수그러들줄 모른다. 10만원의 상한선 마권을 이창구 저창구 돌아다니며 사는 것보다는 전화 한통이면 해결되고 적중시 10% 정도의 배당금을 더 주는 사설경마에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루 마권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50% 가까이 줄었다. 경마산업 전체의 위기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설경마의 규모는 심지어 한국마사회의 하루 매출액과 거의 맞먹는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화이다. 사설경마를 근절시키지 않고는 한국경마의 발전방향을 찾기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설경마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마권구매 상한제를 철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단속과 처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마권구매 상한제를 철폐하여 사설경마를 줄임으로써 한국경마산업 발전의 활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