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에 대한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사회와 국민의 부정적 편견을 지적하고 싶다. ‘경마를 하면 패가망신 한다’거나 ‘스스로 경마를 즐기면 10년은 버티지만 조교사를 알고 경마하면 3년 안에, 기수를 알고 경마하면 1년 안에 망한다’는 속설,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경마장에 데려가라’는 주장은 모두 경마를 부정적으로 지적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경마를 즐기는 팬들조차 승부조작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간다’(우승을 목표로 전력질주한다) ‘안가다’(2위내 입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소위 ‘소스’(간다 안간다는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경마가 선진경마국과는 달리 경마의 품질이 지극히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저질의 경주마로 경주편성 짜기에 급급한 상황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판만 돌리면 된다’는 안이한 경마시행이 사회와 국민들의 부정적인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급기야는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마창출자, 이를테면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조차도 경마상금을 벌기에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마권을 구입하여 적중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거나 경마정보를 제공하고 소위 ‘뽀찌’를 받는 편이 더낫다는 생각을 한다면 과연 경마를 존재시켜야할 이유가 있겠는가.

결국 현재 한국경마산업의 위기극복은 경마의 품질향상으로 돌파해나갈 수밖에 없다. 저질의 경마가 오늘의 위기를 몰고온 주범이라고 판단할 때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면 경마의 품질향상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근본적으로 질좋은 경주마가 필요하다. 그리고 질좋은 경주마를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경마창출자들의 프로의식 또한 중요하다. 경마창출자들의 프로의식 강화는 프로에 걸맞는 대우가 또한 필요한 것이다.

경마 품질향상의 전제조건으로 질좋은 경주마의 확보가 필요한데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계획경마의 틀 속에서 나눠먹기에 급급한 것이 한국경마의 현재 모습이다. 오히려 외산마의 경우 현지 전적이 있는 경주마는 도입을 못하게 한다든지 현지가격을 2만불로 제한하는 정책은 결국 질좋은 경주마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오히려 선진경마국에서는 전적이 있는 경주마 중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경주마를 고를 수 있지만 전적이 없는 어린 말은 좋은 경주마의 경우 천정부지 가격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다. 오히려 전적이 있는 경주마는 2만불을 주고도 혈통이 좋은 경주마를 고를 수 있지만 전적이 없는 경주마는 어림도 없는 가격이다. 전적이 있는 경주마중 더 이상 강한 레이스에 출전하기 힘든 경주마들 중에서 고른다면 한국 실정에 맞는 보다 질좋은 경주마를 고를 기회가 있다.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펴면서 공정경마를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경마창출자들의 프로의식 강화는 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통제와 규제강화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통제와 규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그 통제와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과 불법만 늘어나 경마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더욱 확산시킬 뿐이다.

결국 경마창출자들에 대한 프로의식 강화는 상금과 경주편성제도의 선진화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현행 군체계와 상금지급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생산자는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고 마주는 질좋은 경주마를 소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하며 조교사는 질좋은 경주마를 위탁관리 받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기수는 질좋은 경주마에 기승하여 우승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마권을 구입하여 적중하는 것이 상금을 버는 것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저절로 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군체계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경주마의 나이 성별 수득상금 우승횟수 등 4가지 요인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편성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질좋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는 많은 상금을 걸고 질이 낮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에는 적은 상금을 걸어 모두가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 육성하고 소유하고 관리하고 기승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경마의 품질향상만이 부정경마를 근절시키고 경마산업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