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수와 현직 기수의 어울림 한마당을 보면서

지난 월요일 서울경마공원에서는 사단법인 서울경마장기수협회(회장 이성일) 주최로 전직기수와 현직기수의 어울림 한마당 행사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 기수와 경마장을 떠나 각기 생업 전선에서 생활하던 기수들이 한데 어울려 축구와 족구 등의 스포츠를 통해 친목을 다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십수년 만에 다시 만나는 기수에서부터 최근 경마장을 떠난 기수들까지 모두 어울려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그동안의 안부를 전하며 어려운 생활전선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해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눴다.

기수생활을 하다가 조교사가 된 사람에서부터 경마장을 떠나 경마정보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 생산목장에서 일하는 사람 등은 그래도 경마산업의 한 분야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소외감이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마산업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직 기수들은 오래간 만에 다시 선후배를 만나는 기쁨을 만끽하며 그동안의 소외감을 달랬다. 경마산업과 무관한 분야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직기수 중에는 의류상을 하는 사람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등 다양했다.

흔히 기수를 경마의 꽃이라고 한다. 경마에서 그만큼 기수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경주마와 기수는 경마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경마의 결과물이 경주마의 능력과 기수의 기승술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직기수와 현직기수가 한데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경마의 꽃이라는 기수가 그만큼 대우를 받아왔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경마는 한국마사회가 단독으로 소유하던 저질의 경주마로 그저 판만 돌리자는 식의 경마를 해온 시절도 있었으며 1993년 마주제 경마가 시행되긴 했으나 과거의 관습을 탈피하지 못한채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왔다. 2002년부터는 외산마 개별거래가 허용되는가 싶더니 현지 실전경험이 없는 경주마로 제한하고 현지가 2만불 이하로 다시 제한함으로써 경주마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말았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힘찬 말발굽소리로 새벽을 열어제끼며 동트는 경마장과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했던 기수들. 저질의 경주마로 최고의 품질을 선보여야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때로는 목숨을 잃고 때로는 반신불수의 장애자가 되면서도 애마정신의 혼을 경주로에 묻어야 했다.

아무튼 역사적으로 볼때 우리나라의 기수들은 저질의 경주마에 기승하여 경마를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의혹도 받아왔다. ‘간다 안간다’는 루머가 횡행했고 때로는 그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 부정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로 한국마사회법을 위반하여 정든 경마장을 떠났던 기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경마장을 떠난 기수들은 ‘경마관여금지’ 라는 냉엄한 처벌을 받아 경마장조차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다. 금품수수를 했던 상대방은 처벌이 끝나면 본인이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며 자유로운 생업활동을 할 수 있으나 기수들은 그러지 못했다.

처벌이 끝난 후 기수자리로 다시 복귀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기수가 아닌 경마산업의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규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아직도 마사회법과 각종 규정에 저당 잡혀 직업자유의 선택마져 빼앗긴 채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전직기수가 많이 있다. 경마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 종사하면 될 것 아닌가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인가. 송충이가 소나무를 벗어나 살 수 없듯이 경마와 함께 잔뼈가 굵어온 사람들이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을 선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것이다. 국가에도 특별사면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한번쯤 전직기수에 대해 기수로 복귀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경마정보시장 등 경마와 관련한 산업에 자유롭게 종사할 수 있도록 특별사면을 실시하면 어떨까. 그래서 기수시절의 열정이 다른 경마산업분야에 활용됨으로써 전체적인 한국경마산업을 살찌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전직기수와 현직기수의 어울림한마당을 보면서 이런 행사가 매년 한번씩이라도 이어져 우리 경마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