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경마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핵심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경마는 도박인가, 레저인가?’라는 진부한 명제에 얽매여 경마의 성격 규명을 애매하고도 모호하게 설정하는 우를 범해 왔다.

이제 ‘경마는 도박인가 레저인가’라는 진부한 명제의 굴레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경마에 대한 올바른 성격을 규명해내기 어렵다. 일반 국민들은 대부분이 경마를 소위 ‘사행산업’으로 간주한다. 이는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정부의 정책입안자 혹은 경마산업 종사자들까지도 사행산업으로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경마는 정말로 사행산업인가. 사행산업에 대하여 법률적 정의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제2조에 정의되어 있다. 사행업이란 특정한 표찰을 발매하고 다수인으로부터 금품을 모아 추첨 등을 통하여 당첨자에게 재산상 이득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손실을 주는 행위를 하는 영업을 말한다. 그 종류로는 복표발행업, 현상업, 회전판돌리기업, 추첨업, 경품업 등을 예시하고 있다. 또한 사전적 의미로는 뜻밖의 행운 즉 우연성이나 요행에 승패를 걸어 횡재를 추구하는 행위를 일컫느다.

필자는 여기서 ‘경마도 투자’ 라는 새로운 인식의 창출을 제언하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부동산이나 주식을 구입하는 행위를 ‘투자’로 설정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러나 마권을 구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투자’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마권을 구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도박’이라는 부제가 따라붙는 것이 사회의 일반화된 통념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도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나치게 강조돼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도박행위에 대해 패가망신의 원흉으로 인식해왔다. 우리의 역사적 속설에는 ‘외입하는 사람은 재산을 보전해도 노름하는 사람은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통용되어 올 정도였다. 이처럼 도박에 대한 사회의 멸시는 경마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편견의 사슬을 끊지 못한 채 83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왔다.

경마산업 종사자 모두는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행위와 마찬가지로 마권을 구입하는 행위도 ‘투자’라는 인식을 철저히 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종사자 스스로가 이점을 인식하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아무리 ‘경마는 투자’라고 주장한들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경마가 지니는 성격상 도박성이 강한 부문을 억지로 은폐하기 위해 ‘레저’라는 개념을 대입시키고자 노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레저’라는 주장을 펼쳐 왔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경마는 경주마가 없이는 불가능한 산업이다. 경주마를 생산 육성하는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없이는 성립하지 못하는 산업이다. 이러한 1차산업 적인 요소를 강조하면 축산업이 되어야 맞다. 경마장건설 목장건설 등의 2차산업적인 요소를 강조하면 건설업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며 마권매매의 3차산업을 강조하면 일부 사행적인 요소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3차산업의 마권매매만 놓고 보더라도  카지노나 게임 또는 복권 등의 진짜 사행산업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다. 법률적 의미나 사전적 정의에 의해서도 마권매매행위 자체만도 사행산업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경마는 말의 능력과 기수의 기승술을 종합하여 우열을 판단해내고 거기에 따라 경마팬 각자가 각종 정보와 자료를 종합하여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분석과 추리의 결과물로 스스로 판단하여 마권구매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권이나 카지노 등은 우연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확실한 사행산업으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경마도 주식처럼 투자의 개념이 성립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여러 증권회사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마에의 투자를 위해서는 경마정보를 제공하는 매체 및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이 소위 ‘바람잡이’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선량한 경마팬을 유혹해 과도한 베팅을 유도하는 좋지 못한 행위도 있었다.

이제는 경마전문가들에 대해서도 정부기관 또는 한국마사회나 기타 권위 있는 민간기구에서 일정한 심사나 시험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안도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마시행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마사회를 비롯 기수 조교사 마주 관리사 등 경마창출자들이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공정경마를 구현하는 일이다. 공정경마를 전제로 투자의 개념도 정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