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가을부터 주저앉기 시작한 경마산업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이 경마산업 활성화에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외부적 환경마저 경마산업에 대한 악재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행산업에 경마산업이 포함되어 통합감독기구의 지배를 받는다면 그야말로 추풍낙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현재의 법안대로 각 도에 장외발매소를 1개씩만 허용하게 된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높다.

시행체인 한국마사회는 임원과 직원의 인사문제와 관련하여 홍역을 치르며 경마산업의 본질에 대한 대비나 대책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마사회 뿐만아니라 경마산업 모든 종사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회가 추진중인 사행산업통감독기구에 경마산업이 포함되느냐의 여부이다. 만약 경마산업이 사행산업통합감독기구의 지배를 받아 다른 사행산업과 함께 총량제의 적용을 받을 경우 세계와의 경쟁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의 위협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경마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심각한 위기가 몰아닥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주마를 생산하는 농가들의 어려움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이어링경매는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었다. 생산농가들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마주들은 어떠한가. 서울마주협회와 과천마주클럽으로 분열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투자의욕이 급격히 저하돼 경주마구입을 꺼리고 있다. 조교사와 기수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성적이 부진한 조교사와 기수는 생활비를 걱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경마정보시장도 급격한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수많은 회사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모든 상황이 너무나 어렵다.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 개인의 불안이 증폭되고 그에 따라 사회의 위기가 찾아오고 국가적 어려움에도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운 상황만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언땅도 녹으면 새싹이 돋아나고 폭풍우가 지나간 땅은 더욱 굳어지는 법이다. 어려운 때 어려운 상황만을 탓하면서 좌절과 절망의 늪으로 빠지면 영원히 헤어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어려운 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기심만 표출하다보면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의 어려움을 헤아려주며 함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경마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어려움은 경마산업종사자 모두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는 물론 경주마 생산자,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모두가 우리 경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은 없고 남의 잘못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 그런 생각 속에서 남의 탓만 하다보면 모두가 공멸하게 되는 것이다.

남이 잘못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잘못은 없는지 되돌아보아야하며 남의 희생을 강요할 때 나는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럴 때 상생의 길이 보이고 마침내 그 길에서 모두가 상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경마산업 종사자들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제도와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문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기준에 맞는 선진경마의 틀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시기다. 개혁과 개방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수십억원의 상금을 걸고 세계적인 경마대회를 치르는 나라들을 언제까지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우리는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낡은 생각과 권위주의를 버리고 창조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그러면 세계의 벽은 그다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