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돈 못쓰게 하는 이상한 한국경마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도탄에 빠질 위험이 있다’ ‘수출은 잘되는데 내수경기가 엉망이다’ ‘대기업은 점점 살찌고 중소기업은 고사되고 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생활보호 대상자만 늘고 있다’ 최근 시중에 떠도는 우리 경제를 진단하는 견해들이다. 그만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마산업은 더욱 심하다. 2002년 가을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경마산업 모든 분야는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 속수무책이다. 부산경마 오픈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오히려 비용만 부담되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와 정부는 사행산업통합감독 기구를 만들어 경마산업을 여타의 다른 사행산업과 똑같이 규제를 하려하고 교육세를 영구화내지 연장하기로 했다. 월급을 받는 마사회 직원은 어떨지 몰라도 생산자며 마주 외에도 여러 부대산업 종사자들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설경마가 기승을 부려 경마산업 전체를 더욱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경기도경찰청은 22일 판돈 3백50억을 걸고 사설경마를 벌인 일당 4개 조직 9명을 검거하여 이중 5명을 구속하고 사설경마에 참여한 사람 등 4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사설경마 문제는 경마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뿐만아니라 세금한푼 내지않고 지하에서 움직여진다는 점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기준 3조4천8백48억원이 사설경마로 빠져나간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지난해 마권매출액 5조3천3백3억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심지어 경마팬들 사이에서는 마사회 매출액보다 더 많이 돈이 사설경마로 움직여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경마산업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사설경마를 어떻게 근절시킬 것인가. 필자는 단속과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사설경마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역시 제도와 규정의 개선이다. 여러 제도 중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마권구매 상한제를 하루빨리 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하게 마권을 구매하여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여론에 떠밀려 실시하고 있는 마권구매 상한제는 부자들이 자유롭게 마권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더 큰 문제만 야기 시키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무리 마권을 자유롭게 사라고 해도 돈이 없어 못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부자들에게도 똑같이 10만 원 이상은 구매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불편을 견디지 못한 부자들이 사설경마로 빠져 드는 것이다.

또한 한국마사회를 통해 마권을 구입할 경우 기타소득세 포함 약 30%의 세금과 마사회수익금을 내야 하지만 사설경마 조직을 통해 마권을 구입하면 마사회보다 20%의 배당금을 더주는 데다 돈을 잃을 경우 최소 원금의 20%를 보전해주는 사설경마 조직이 많기 때문에 선량한 경마팬은 이들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사설경마 조직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조교사와 기수들에게 접근하여 부정경마를 획책한다. 마권구매상한제를 풀어 3조원이 넘는 돈이 정상적인 마권매매로 돌아선다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축산진흥기금이나 세금이 늘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도울 수 있고 각종 세금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됨으로써 양극화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마권구매 상한제는 결국 부자들의 베팅을 감소시키거나 사설경마로 빠져들게 함으로써 백해무익한 제도인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눈부시게 향상되었다. 자기 스스로 얼마만큼의 마권을 구입할 것인지 분별 못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서울시의 환경미화원 공개모집에 대졸출신자 26%가 응시했다. 대졸자가 80%를 넘고 있다. 그런데도 경마제도는 마치 판단을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인위적으로 마권구매상한선을 낮춘다고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경마로 패가망신할 사람이면 다른 무엇을 하더라고 패가망신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마는 우연이나 요행의 도박이 아닌 경주마의 능력과 기수의 기승술에 대한 우열을 판단하여 개인 스스로가 선택하는 게임이다. 경주마의 능력을 판단할 줄 모르고 기수의 기승술을 분석할 줄 모르는 사람은 마권을 구매하기 어렵다. 순전히 요행이나 우연에 기대를 커는 카지노와 복권 등과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것이 경마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