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의 경주마 ‘경부대로’가 부상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부대로’는 7월5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제5경주로 펼쳐진 제11회 부산광역시장배 경마대회에서 경주 중 부상을 입어 5위에 그쳤다. ‘경부대로’의 부상은 「우전내측근위종자골기저부골절」(오른쪽 앞다리 내측 근위 종자골을 삼등분하여 아래쪽 1/3 지점에 발생한 골절)로 밝혀졌다. 종자골(sesamoid)이란 뼈 모양이 참깨씨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절뒤쪽에 위치하며 주행시 활차(도르래)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위다. 사람으로 치면 발목뼈에 해당한다.

‘경부대로’는 2014년 챔피언마다. 2011년 데뷔전을 치른 ‘경부대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2년 3관 대회 첫 관문인 KRA 컵 마일(GⅡ)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부대로’는 2013년 Owners` Cup(GⅢ)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이전까지 6번의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준우승만 차지해 만년 2인자란 평가를 받았다. 능력에 비해 큰 경주에 약한 경주마란 오명을 얻어야 했다. 2인자 ‘경부대로’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는 2014년이다. 당시 ‘경부대로’는 대통령배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해 국내 최고의 국산마로 재평가를 받았고, 그랑프리 경마대회의 우승으로 챔피언의 타이틀을 얻었다.  

경마사를 살펴보면 명마 중에는 종자골 골절로 은퇴한 경주마가 유난히 많다. 주요 경주마로는 2002년 비공식 국내 첫 3관마 ‘해암장군’을 비롯해 ‘미스터프로스펙터’의 마지막 직계 현역마로 활약했던 ‘섭서디’가 종자골 골절로 은퇴를 한바 있다. 이외 2013년 그랑프리 우승마 ‘인디밴드’는 종자골 골절 부상을 당했으나 관계자의 강한 의지로 현재 수술 후 훈련에 임하고 있다.

‘경부대로’는 오뚜기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항상 묵묵하게 제 역할을 함으로서 본연의 힘으로 최고의 반열에 오른 경주마다.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경부대로’, 많은 팬들이 성원을 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경주로에 복귀하길 기대해 본다.  

‘경부대로’가 고전하는 사이 ‘감동의 바다’는 펄펄 날았다. 2015년 부산광역시장배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서 국내 최고의 명마 계열에 올라섰다. 6세의 나이에 건재한 모습을 보인 ‘감동의바다’의 전적은 화려함 이상의 표현력이 필요하다. ‘감동의바다’의 통산 경마대회 성적은 13전 7승 준우승 1회다. ‘감동의바다’는 2012년 그랑프리 경마대회 우승마다. 이후 2014년에는 퀸즈투어 시리즈로 치러진 3개의 대회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 국내 첫 시리즈 클리어 우승마로 이름을 올렸고, 2015년 부산광역시장배 경마대회까지 우승을 차지해 살아있는 명마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경마산업은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생산의 순환 시스템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경마를 시행하는 이유는 경주를 통해 우수 경주마를 발굴하고 해당 경주마가 더 좋은 자마를 생산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세계의 경마산업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산업으로써 경쟁의 핵심은 어느 나라가 더 우수한 씨수말을 소유하는가로 모아진다. 그러다보니 미국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세계 선진 경마시행 국가에서는 경마에서 벌어들이는 상금보다 교배와 생산-육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훨씬 많은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1999년에 사망한 ‘미스터프로스펙터’의 1회 교배료가 75만불(한화 약 8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순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경마시행의 역사는 9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경주마의 생산-육성- 경주-생산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암말 ‘감동의 바다’의 맹활약은 한국경주마 생산 농가의 우상이 되고 있다. ‘감동의 바다’가 훌륭한 2세를 생산해 한국 경주마의 기상을 세계 만방에 드높여주기를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