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강자`의 은퇴와 관련하여

지난주 일요일(11월27일)경마 8경주가 끝난 후 9세의 노령마 ‘새강자’(대천목장 생산. 마주 장석린)가 많은 경마산업종사자와 경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퇴식을 갖고 정들었던 서울경마공원을 떠났다. 새강자는 향후 한국마사회 원당목장에서 여생을 보낸다고 한다.

‘새강자’는 국산마 생산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리고 어떤 경주마보다도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지난 98년9월19일 첫 경주에 데뷔한 이후 은퇴하기까지 58회 경주에 출전해 우승 33회 준우승 8회 3위5회의 성적을 거두었다. 98년9월19일 제1경주 1,200m 레이스에서 최기홍 기수(현재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와 호흡을 맞춰 3위로 데뷔전을 치룬 이후 2번째 경주인 같은해 10월25일 제3경주 1,000m 레이스에서 김옥성 기수와 호흡을 맞춰 우승한 것을 시발로 연승가도를 질주해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새강자’는 김옥성, 최기홍, 이성일, 박수홍 안병기 임대규 김효섭 기수를 태우고 서울경마공원을 화려하게 누볐다. ‘새강자’는 세계경마사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의 15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새강자’가 가지고 있는 기록은 이 뿐만이 아니다. 모두 11회의 경마대회 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경마대회만 내리 4회 우승한 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새강자’는 지난 96년 제주도의 대천목장에서 아비마 ‘피어슬리’와 어미마 ‘축제’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라날 때는 다리에 상처도 있고 해서 대부분 마주와 조교사가 외면하던 경주마였다. 그러다 우연히 당시 박원선 조교사(2002년 은퇴)의 눈에 띄어 경주마생활을 할 수 있었다.

‘새강자’를 관리하던 박원선 조교사는 ‘알아서 뛰는 말’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경마팬들도 ‘새강자’의 활약에 열광했다. 한창 잘나갈 때는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새강자’가 경주로를 달릴 때마다 한국경마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곤 했다.

이러한 능력의 경주마라면 벌써 은퇴하여 2세 생산에 투입되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강자’는 이계 경주마인데다가 거세마여서 번식에 투입될 수 없는 실정이다. 순순한 서러브렛 혈통만 번식마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아비마 쪽은 훌륭한 혈통을 지니고 있으나 그의 어미마 ‘축제’는 혈통등록이 되어있질 않아 이계로 분류된다. 아비마 ‘피어슬리’는 ‘댄지그’라는 세계적 유명 씨수말의 자마이며 ‘댄지그’의 아버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노던댄서’이다. ‘새강자’의 입장에서 보면 ‘댄지그’가 할아버지이며 ‘노던댄서’가 증조할아버지가 된다. 그러나 어미마 ‘축제’의 혈통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새강자’는 혈통이 확인 된다 해도 더 이상 번식에 활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거세를 했기 때문이다.

경주마의 일생은 우수한 경주마로 태어나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다시 번식에 투입되는 것이 가장 행복한 마생(馬生)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고 하는 것이다. 우수한 혈통을 지니고 좋은 경주성적을 낸 후 우수한 후손을 퍼뜨리는 것이 경주마의 최대 영광이다.

경마선진국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경주마는 레이스에서 벌어들이는 상금보다 몸값이 훨씬 비싸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백만 달러 심지어 수천만 달러까지 몸값이 치솟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단 한번 교배료가 수십만 달러까지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만약 ‘새강자’가 정통의 혈통으로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거둔 성적과 같은 성적을 거두었다면 세계적 명마가 되었을 것이며 그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비마 쪽의 혈통만 확인되었을 뿐 어미마의 혈통이 확인되지 않아 경주마로서의 능력만 과시하고 더 이상 번식마로서의 효용가치는 찾지 못하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제2의 ‘새강자’의 불행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경마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모든 시스템을 경주마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경마산업 발전의 중심에 항상 경주마가 있어야 한다. 사람편의 위주의 정책을 바꿔 경주마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의 경마산업은 서러브렛이라는 단일혈통의 경주마로 통일이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와의 경쟁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규정과 제도가 한국경마 발전을 옥죄고 있고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이 시행되는 현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