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가 한국시간 5월17일 새벽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핌리코 경마장에서 열린 제140회 프리크니스스테익스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는 2주 전에 벌어진 켄터키더비에 비해 한결 단출해진 8두의 편성으로 경주가 시작됐다.

출발 게이트가 열리고 1번 ‘아메리칸페로아’가 여유롭게 선두로 나섰다. 선행이 예상됐던 ‘파이어링라인’(Firing Line)은 최외곽 게이트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행에 실패했으며, ‘미스터지’(Mr. Z)가 기대 이상의 순발력으로 ‘아메리칸페로아’의 뒤를 이었다. 내내 선두를 유지하던  ‘아메리칸페로아’는 직선 주로에 들어서면서 탄력을 더욱 붙였다. 지칠줄 모르는 파워를 과시하며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결국 7마신 차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다. 6연승 달성의 쾌거를 이뤄냈다. 1900m 모래주로를 1분 58초 46에 주파했다. 기록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비가 내려 불량주로로 인해 ‘아메리칸페로아’는 켄터키더비에 이어 다소 저조한 경주 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해 ‘캘리포니아크롬’의 프리크니스스테익스 기록은 1분 54초 84였다. 3초 이상 뒤진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페로아’의 3관왕에 대한 기대는 매우 뜨겁다. 경마는 기록경기가 아니라 순위 경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연승을 달성하는 동안 ‘아메리칸페로아’는 다른 어떤 경주마들보다 승부근성이 강했다. 강한 경주마와 맞붙을 경우 끝까지 버텨내는 근성을 보였다. 강인한 승부근성은 ‘아메리칸페로아’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아메리칸페로아’는 이미 경주 직전부터 최적의 여건이 갖춰지며 우승 기대치를 높인 바 있다. 순발력이 좋아 최적의 자리를 잡을 수 있는 1번 게이트에다 거리도 직전 켄터키 더비보다 줄어든 1900m였다. 여기에 불량주로의 이점까지 더해지며 ‘아메리칸페로아’로서는 최적의 전개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 일부에서는 밥 배퍼트 조교사가 ‘아메리칸페로아’와 함께 출전시킨 ‘도르트문트’가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덕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도르트문트’는 좋은 순발력에도 불구하고 3위권에 멀찍이 떨어져 경합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7년 간 삼관마를 기다려온 경마팬들은 ‘아메리칸페로아’의 기적에 또 한 번 마음의 불씨를 지피는 중이다. 여건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7마신 차의 대차 승은 삼관경주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캘리포니아크롬’이 신드롬을 일으킨 것처럼 ‘아메리칸페로아’가 다시금 북미 경마를 일으켜 세울 명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아메리칸페로아’가 마지막 경주인 벨몬트 스테익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장거리인 2400m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견제세력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벨몬트 스테익스의 출전주기가 3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살인적인 일정 하에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를 거친 ‘아메리칸페로아’와는 달리 충분한 컨디션 조절 후에 벨몬트 스테익스에 도전하는 경주마가 다수다. 지난해에도 ‘캘리포니아크롬’의 마주가 벨몬트스테익스 종료 후 앞선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말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래서 제도를 바꿔 3관대회의 첫 관문인 켄터키더비에 출전한 경주마에 한 해 출전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7년을 기다렸다. 대한민국 3관왕 탄생은 이미 물건너 갔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3관대회인 북미 3관대회는 세계 말산업 종사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 레이스인 벨몬트스테익스는 한국시간 6월 7일 새벽 미국 뉴욕에 있는 벨몬트경마장에서 펼쳐진다. 37년 만에 3관왕(Triple Crown)이 탄생하여 사양화길로 접어든 북미 경마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