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바람을 가르며 내달리는 경주마들의 호쾌한 질주를 즐기기 아주 좋은 계절이다. 올 봄에는 경주마간 서열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박진감을 더하고 있다.

당초 2016년 경주마 판도는 4세마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2015년 그랑프리 우승마 ‘볼드킹즈’를 필두로 실질적인 국산 최강마로 활약했던 ‘트리플나인’, ‘록밴드’ 등이 4세 동갑내기로 2016년 대활약을 예고했었다. 2016년 2분기기 지난 현 시점에서 한국경마의 최고 자리는 혼전양상으로 바뀌었다. 기존 노장마들이 속속 건강한 모습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4세마 중 강자로 검증된 ‘볼드킹즈’, ‘트리플나인’, ‘록밴드’ 외에 ‘돌아온현표’ 등이 경주마 대권 구도에 합류할 만큼 성장세가 뚜렷해 신예들이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주요 대권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6세마 ‘원더볼트’는 4월 3일 경주에서 우승을 기록해 2016년 첫 승을 신고했다. ‘원더볼트’는 2014년 아시아챌린지컵, 그랑프리 경마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실질적인 서울 최강자다. 2015년 11월 이후 출전한 4번의 경주에서 우승 2회, 3위 2회를 기록해 건강한 모습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경 6세마 ‘벌마의꿈’의 위력은 상당하다. 공백 후 출전했던 1월 경주에서 우승 후 3월 경주에서도 연승을 기록했다. 전성기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의 위력적인 모습이라 기대치를 높였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의 ‘원더볼트’와 부경의 ‘벌마의꿈’은 모두 최강의 능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2016년은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6세의 나이라 하면 대권 도전에 나서기엔 버거울 수 있으나 우수한 능력에 건강한 모습이라 만만히 볼 수 없는 전력들이다.

부상으로 인해 실전에 나서지 못했던 경주마들도 속속 복귀를 앞두고 있다. ‘록밴드’는 4월 초부터 가볍게 훈련을 시작해 복귀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영천에이스’는 2015년 12월 경주를 끝으로 공백을 가졌으나 4월 15일 복귀전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돌아온현표’의 성장세다. ‘돌아온현표’는 2015년 10월 이후 출전한 5번의 경주에서 4승 준우승 1회를 기록 중이다. 1등급 경주에서 더욱더 위력적인 모습이라 기대치가 높다. ‘돌아온현표’는 4월 10일 경주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경주 후 걸음의 위력은 상당했다. 1등급 승급 후 가장 강한 상대와 대결을 펼쳐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5년 그랑프리 우승마 ‘볼드킹즈’는 3개월 만에 출전했던 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연승 기록이 7승에서 그쳤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트리플나인’은 2016년 출전한 2번의 경주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대권 도전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트리플나인’으로선 2016년 행보를 수월하게 시작했다.

이외 두바이 원정길에 나섰던 ‘석세스스토리’와 ‘천구’도 한국에 복귀해 5월 1일 예정된 부산일보배 경마대회의 출전 의사를 밝혀 복귀를 앞두고 있다. ‘석세스스토리’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있는 메이단경마장에서 세계 최강마 ‘캘리포니아크롬’(미국산 수말)과 맞붙어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레이팅이 모자라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국경마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 ‘석세스스토리’의 노고를 치하할 만하다. 만년 경마후진국이라는 한국경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의 한국경마는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년 전 경주마 판도는 소수 정예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지금은 질과 양으로 풍족한 경주마들이 경마의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일취월장하는 신예준족들의 기량향상이 한국경마의 수준을 높여 세계 진출의 날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도 끝나고 렛츠런파크(경마공원)을 찾아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날리는 것은 생활건강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