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상적인 야간경마를 시민의 축제로

오늘 새천년 첫 야간경마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한여름 밤의 꿈과 낭만을 선사하는 야간경마는 더위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경마공원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한몫하고 있다.
89년 뚝섬경마장 시대를 마감하고 과천의 서울경마장시대가 열리면서 시작된 야간경마는 도시인의 경마참여 기회 확대와 전체적인 경마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가교역할을 했다. 처음 야간경마가 시작될 때는 금요일경마가 열리던 시절이어서 매주 금요일에만 야간경마를 실시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주간경마를 시행했다. 야간경마에 대한 도시인들의 참여 열기가 드높자 90년에는 6월부터 8월까지 경마일 13일간 야간경마시행 계획을 세웠으나 한여름밤 전기소비량이 사회문제화되고 이에 대한 비난여론에 떠밀려 야간경마를 취소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야간경마의 환상적인 질주를 기억하고 있는 경마팬들의 시행요구가 빗발치자 94년에 다시 부활되었다. 야간경마에 대한 팬들의 성원이 해를 더할수록 높아지자 경마일 8일씩 실시하던 것을 96년과 97년에는 10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98년 IMF 구제금융에 의한 국가위기가 도래하자 경마일 4일로 야간경마를 축소하게 되었다.
올해의 야간경마는 예년에 비해 초라한 모습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부의 한국마사회에 대한 사업이익률 6%달성 지침에 따라 예산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야간경마를 시행하게 된다. 지난해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야간경마 축제''''를 마련해 경마공원의 분위기를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었었다. 고적대공연, 팔도풍물전, 청소년댄스경연대회, 엿장수 공연, 사물놀이 및 민요경연, 태권무 및 격파시범, 치어리더 및 캐릭터쇼, 부채춤 및 오고무공연, 방송국의 써머콘서트, 경마팬가요제 등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져 경마공원의 분위기를 밝게 했다.
그러나 올해는 초라한 야간경마를 시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게다가 국산마경매 무산 등 경주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레이스의 박진감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도시인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경마공원이 단순 베팅위주의 레이스 진행에만 머물게 됨으로써 해마다 경마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키던 야간경마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예산을 전용해서 ''''야간경마 축제''''를 마련한 바 있다. 우리는 한국마사회가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원활한 경마시행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하더라도 풍성한 축제도 없이 야간경마를 시행하는 것은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경마문화제마저 폐지하여 가뜩이나 경마공원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는데 야간경마 시즌 마저도 허름하게 보내야할 상황이다.
이미 늦은 상황이긴 하지만 야간경마를 축제의 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야간경마는 가족단위로 경마공원을 찾는 도시인들에게 경마의 이미지를 깨끗하게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를 비롯해 경마 각 단체들은 야간경마를 시민의 축제로 승화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불신과 불만의 벽을 허물고 신뢰의 큰 바다에서 경마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해소하는 성인오락으로써의 제기능을 다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