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올해부터는 쌍승식 마권의 발매를 전 경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었다. 그러나 1월의 경마가 모두 끝나는 시점에서도 쌍승식 마권 발매 확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답답한 마음이다. 필자는 이 난을 통해서 마권종류 다양화가 경마에서의 승부조작을 어렵게 해 공정경마 구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주장한 바 있다.
쌍승식 마권의 발매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경마의 본질은 우승열패에 있다. 누가 우승을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마는 어떤 경주마가 2위 이내에 들 것인가가 관심의 중심에 있다. 1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2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부상한다. 2위 이내에만 들면 임무가 완수된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인식의 가장 큰 주범은 바로 복승식 마권 때문이다. 순서에 관계없이 1위와 2위마를 적중시키는 복승식은 순서대로 1위와 2위를 적중시켜야하는 쌍승식과 경마의 본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쌍승식의 개념은 단승식의 개념과 상통하는 의미를 지닌다. 경마의 본질에 입각해 우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쌍승식 마권은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경마의 공정성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복승식처럼 2위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 승부조작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마역사를 살펴볼 때 여론을 의식한 소신없는 정책 시행이 너무 많았다. 부분적인 쌍승식 마권의 시행도 소신없는 정책시행의 한 범주로 볼 수 있다. `쌍승식 마권 발매는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여론에 밀려 하루 3개 경주만 골라서 시행하는 정책을 결정한 인상이 짙다.
경마의 본질을 살펴볼 때 어차피 사행심이 없다고 항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마가 가지는 특성상 내기라는 본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마와 관련한 대부분 정책은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여론의 동향에만 급급하는 경마정책을 구사한다면 차라리 경마를 시행하지않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쌍승식 마권 발매를 전경주로 확대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기타소득세의 적용에서도 찾을 수 있다. 1백배 이상의 배당률에 적용하는 기타소득세 징수로 인해 선뜻 쌍승식 마권의 발매를 확대하지 못하는 것같다. 즉 적중시키기 어려운 쌍승식 마권 발매를 전경주로 확대할 경우 1백배 이상의 고액배당이 자주 발생하여 경마팬들에게 그만큼 손해가 많이 발생한다는 염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에 봉착하는 경우와 흡사하다. 또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논리도 적용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면 잘되나가는 일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쌍승식 마권 발매는 그대로 확대를 해나가면서 기타소득세 폐지 노력은 또 별도로 기울이는 것이 합당하다. 기타소득세 때문에 쌍승식 마권 발매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현행 마권 발매 제도에서는 기타소득세가 정당하다는 논리로 왜곡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선진 경마국은 적어도 7종류 이상의 마권을 발매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경마팬의 의식은 나날이 향상돼왔다. 경마팬 의식에 걸맞는 경마정책 시행이 시급한 시점이다. 세계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온 인류가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뒤떨어진 정책을 구사하다보면 후진성을 탈피하기는 더욱 어렵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