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86호 명마 `대견` 결국 경마장을 떠나는구나

파란만장한 경주마 생활을 보낸 명마 `대견`이 결국 경마장을 떠나게 되었다. `대견`을 관리하고 있는 최혜식 조교사와 경주마 소유자인 심재식 마주는 한국마사회에 `대견`의 은퇴식을 요청하여 오는 7월22일 아일랜드터프클럽배 직후 은퇴식을 갖게된다고 밝혔다.
`대견`의 은퇴는 우리 경마사에서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89년 호주에서 태어나 93년6월 한국으로 건너온 후 풍운의 경주마일생을 살아온 `대견`. 숱한 화제와 경주마로서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이제 경마장을 떠나게 되었다.
지난 93년 9월25일 제4경주 14두가 겨룬 1,200m 레이스서 준우승을 차지한후 6연승을 질주하다가 같은해 무궁화배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일반경주와 특별경주서 우승한 여세를 몰아 문화관광부장관배에서 61kg의 과도한 부담중량을 극복하면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의 경마판은 온통 `대견`이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해 그랑프리에서는 62kg이라는 과도한 부담중량으로 인해 결승선 주로서 무너져 최하위인 14위에 머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때부터 각종 언론은 물론이고 경마팬들 사이에서도 부담중량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돼 `부담중량이 명마의 탄생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후 `대견`은 최고 64kg의 부담중량을 짊어지면서 상대마들과 레이스를 펼칠 정도로 명마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현재까지 `대견`의 총전적은 49전 29승 준우승 10회, 3위 5회를 기록했다. 이중 경마대회에서는 94년 문화관광부장관배 우승을 시작으로 95년 그랑프리, 96년 한국마사회장배를 석권하면서 최고 인기마로 등극했다.
그러나 `대견`에게 영광스런 날들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대견`을 소유했던 마주가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대견`의 몸에 차압이 붙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로인해 대견은 한동안 경주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암울한 세월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현재의 소유주인 심재식 마주를 만나면서 보다 편안한 경주마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경주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심재식 마주와 호주에서 직접 말을 고르고 동고동락을 같이해온 최혜식 조교사의 정성이 어우러져 `대견`의 노후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영광스런 날들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주마건 사람이건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지난해 12월23일 9경주 1,900m 레이스서 강태현 기수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지막 노익장을 과시했던 `대견`은 올해 2월17일 경주서 14두중 8위에 머무는 부진을 보였다. 더 이상 경주마로 버텨나가기 힘든 상황을 보여준  경주였다. 이경주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는 `대견`을 은퇴시켜야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후 심재식 마주와 최혜식 조교사는 `대견`이 영광스럽게 은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노령마끼리의 은퇴경주를 치루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한국마사회에 은퇴식을 요청하여 받아들여짐으로써 한시대를 풍미했던 `대견`의 경주마 일생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심재식 마주는 필자에게도 `대견`의 은퇴에 대해 여러차례 고민을 상의한 바 있다. 7월22일 성대한 은퇴식을 마치고 나면 `대견`은 또다른 마생을 살아가야 한다. 마주는 공식기관에 기증하는 것을 비롯해 은퇴 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모쪼록 현명한 판단을 하여 `대견`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