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14일) 밤부터 일요일(15일) 새벽까지 퍼붓듯이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경기 일원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가옥침수 차량파괴 도로붕괴 등의 재산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300mm 밖에 되지않는 비 때문에 발생한 피해치고는 너무나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이정도 비에도 대비하지 못할만큼 우리나라가 허약한 나라인가 생각하면 분노마저 치솟는다.
경마장의 비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예시장이 침수가 된 것을 비롯해 주로 곳곳이 침수돼 모래가 유실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한국마사회 전직원과 조교사협회, 기수협회는 즉각 비상이 걸렸다. 경마시행과 관련된 단체들은 긴급히 모여 비상대책을 강구했다. 새벽 4시에 열린 비상대책회의는 경마를 전면 중단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주로의 모래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 정상적인 경주시행이 어려울 뿐만아니라 경주마와 기수의 사고위험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씻겨내려간 모래를 보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윤영호 한국마사회장은 비서진을 대동하고 폭우 속을 뚫고 경마장 곳곳을 답사했다. 특히 주로에 직접 들어가 경마시행 가능성 여부를 점검했다.
새벽 6시경 한국마사회는 회장결재만을 남겨놓은채 경마중단 사실을 알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경마전문지를 비롯해 각 언론사에 배포할 보도자료도 완성했다. 그러나 윤영호 한국마사회장은 최종 결재 단계에서 다시한번 현장을 확인하고 일기예보를 경청했다. 서울지역에 내려졌던 호우경보가 호우주의보로 바뀌고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윤회장은 조상록 경마운영본부장에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경마를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지시를 했다. 경마시행은 대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 경마중단시 예기치 못한 어려움들이 더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경마를 시행토록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이때부터 비상대책회의는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경마시행의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오전 7시 비상대책회의 경마시행의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한국마사회의 각 부서와 조교사협회 기수협회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주로조경팀의 노력이 남달랐다. 씻겨내려간 모래를 보충하느라 빗줄기 속에서도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홍보실과 경마처도 관련된 곳에 경마의 정상시행을 알리느라 분주했다. 조교사와 기수들도 사고위험성에 대비해 다른 어느때보다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결의했다.
같은 시각 경륜은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경륜본부가 있은 올림픽공원의 벨로드롬 지하가 침수돼 일부 전산시설의 작동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반면 경마는 정상적으로 열릴수 있었다. 한국마사회 전 임직원을 비롯해 모든 경마관계자들의 혼연일체된 노력이 하나로 모아져 나타난 결과였다. 오래간만에 경마관계자 모두가 승리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만약 경마가 중단되었더라면 그 후유증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갈 뻔했다. 이미 우리는 지난해 인위적인 경마중단과 올해 1월의 폭설과 혹한으로 인한 경마중단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후유증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문제였다. 지난주 일요일 소위 천재지변으로 간주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경마가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있었던 경마관계자 모두의 승리였다. 모든 경마팬과 함께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