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가장 기본적인 모토는 어떤 경주마와 기수가 우승을 하는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마제도는 이러한 정신이 훼손되는 제도가 많이 있다.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경주편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마는 소위 `간다`(전력질주 한다) `안간다`(2위내에 입상하지 않는다)는 루머에 의한 베팅이 성행했다. 이런 풍조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경마장의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든다. 이같은 풍조가 만연한 것은 특정 경주마가 전력질주를 기피한 현상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 경주마가 전력질주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승군제도를 악용하는 것이었다. 일부 마주와 조교사는 `경주마를 아낀다`는 명분하에 특정 경주마가 특정경주에서 전력질주 하지 않도록 지시하곤 했다.
현행처럼 승군제도에 의해 경주가 편성될 경우 전력질주하여 상위군으로 승군할 경우 더 강한 상대마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일부러 전력질주 하지 않는 현상도 있을 수 있다.
`안간다`는 전략은 마주나 조교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의 `작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백만 경마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승부조작`으로 인식할 수 있다. 경마는 매경주 전력질주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주마와 기수가 매경주 전력질주를 한다는 전제하에 레이스를 분석하고 그에따라 마권을 구입하는 대부분의 경마팬은 `안간다`는 `작전`에 의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현행 승군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주마들이 벌어들이는 상금과 나이, 성별 등을 기준으로 경주를 편성해야만 모든 경주마는 한푼의 상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전력질주하게 된다. 승군제도를 폐지한 경주체계는 `경쟁력 고취를 통한 경주질의 향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는 97년8월부터 당시까지 시행되던 등급제를 폐지한바 있다. 당시 등급제를 폐지한 이유는 앞서 밝힌 문제점들을 해결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등급제를 폐지하면서 군제를 도입해 원천적인 문제해결이 불가능했다. 결국 등급제를 군제로 전환하는 것에 지나지않았다.
그러다보니 과거 승급을 기피하던 형태가 군 제도에서는 승군을 기피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현행 군 제도를 폐지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경주마자원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경주마만 많다면야 어떤 선진제도라도 도입하지 못하랴. 경주마의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급제의 변형형태인 군제를 시행하는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산마 생산이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고 외국산마의 수입선이 다양화되면서 경주마의 확보가 보다 더 쉬워지고 있다. 다소 무리가 따르긴 하겠지만 군제를 폐지하여 상금, 연령, 성별 등으로 구분하여 경주를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마의 본질에 대해 밖으로는 경마는 우승열패의 원칙이 지켜져야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제도에 있어서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있다면 이는 잘못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승군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그야말로 경주마의 능력에 따라 우승열패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승부조작이나 경마부정에 대한 의혹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