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경주마의 생산증대를 위해 출발한 경매제도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올해의 국산마 경매는 지난 4월 최초로 호가경매 방식으로 전환돼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나 6월과 9월에 예정됐던 경매가 개별거래마의 과다공급과 미국산 신마 도입 등으로 인해 마방이 부족한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한채 겉돌고 있다.
특히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와 경주마 소유주체인 서울마주협회, 국산마 생산자인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등이 경매에 대한 입장차이를 보이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주협회는 연내 경매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마사회와 생산자협회는 연내에 경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각 단체별 입장을 그 단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체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구도에서 살펴보면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히 따르는 것보다 더좋은 방법은 없다.
경마의 모든 정책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경마의 경쟁력은 경주마의 생산에서부터 육성-판매,레이스 출전 등 모든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치열한 경쟁을 통해 질높은 레이스를 선사하는 것이 경마팬에 대한 가장 큰 서비스다.
한국경마는 지난 93년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는 세계 유일의 `시행체마주제`에서 선진경마의 보편화된 제도인 `개인마주제`로 전환했다. 시행체 마주제 시절에는 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일괄적으로 구입하여 직접 관리하면서 경주에 출전시켰다. 이과정에서 마사회는 저질의 경주마를 수입해 경마를 성립시키는데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개인마주제가 정착단계에 접어든 지금도 경주마구입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주협회는 호주,뉴질랜드.아일랜드,미국 등지서 저질의 경주마를 일괄구매하여 회원인 마주들에게 추첨을 통해 분양하고 있다.
이러한 경주마 구입방식으로는 한국경마를 선진화시키는 일은 요원하다. 추첨을 통해 분양을 하다보니 마주들은 순전히 운으로 경주마를 소유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자 지난 95년3월 마주겸 생산자인 정모씨는 경주마구입방식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자유거래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공정거래위는 정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마주협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씨와 마주협회의 대립은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양측은 대법원 상고과정에서 합의를 해 소를 취하했다.  
이 사건은 개인마주제가 정착해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으로 치부할수 있지만 모든 경마정책 입안자들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98년부터는 국산마에 한해 자유거래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경매제도를 통해 이뤄진 자유거래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채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켰다. 마주와 생산자의 갈등, 시행체와 마주의 갈등, 생산자와 시행체의 갈등 등이 첨예하게 나타나면서 아직도 경주마거래의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갈등구조를 해결하는 방식은 시장원리에 충실히 따르는 길밖에 없다.
어느덧 국산마의 비율이 70% 대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중장기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국산경주마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대한 적절한 대책마련은 매우 시급하다.
한국마사회와 서울마주협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등이 서로 지혜를 모아 보다 바람직한 경주마 유통질서 확립에 힘써주기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