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마산업이 선진화로 가는 길목에서 개선해야할 과제는 수없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현행 군체계를 전면 폐지하고 경주마의 성별, 나이, 벌어들인 상금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편성 체계의 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군체계의 문제점은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고 있던 시행체 마주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경주마 자원이 워낙 빈약해 모든 가용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등급제 경마를 시행했다. 경주마자원을 1등급부터 7등급까지 분류해 경주를 편성했다. 등급 간에는 승급과 강급을 병행해 성적이 좋은 말은 승급시키고 성적이 저조한 경주마는 강급시켜 활용했다. 개인마주제 전환 이후에는 등급제를 폐지하고 현재의 군체계를 도입해 경주편성을 하다가 국산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외산마와 국산마를 분리해 군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국산마는 5군, 외국산마는 4군으로 분리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주편성체계는 세계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경마 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물론 홍콩 등과 같이 경주마 생산을 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나 우리의 운영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국산마의 자급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내년에는 과잉생산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상황에서 군체계를 고집하는 것은 한국마사회가 변화의 흐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수밖에 없다.
군체계 경마를 시행하다보니 질좋은 경주마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1군의 경주마가 적체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간혹이긴 하지만 효과적인 상금벌이를 위해 승군을 기피하고 있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 제도를 악용해 매경주 전력질주를 해야하는 당위성을 망각한채 일부러 전력질주하지 않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체계 경마를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폐단은 이뿐만이 아니다. 능력이 우수한 경주마라도 하위군부터 차례로 단계를 거치면서 경주에 출전하게 됨으로써 이 과정에서 경주마의 생명을 다하지 못한 채 경마장을 떠나야하는 폐단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예를들어 외국의 블랙타입 우승마가 능력검사를 받아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빚어지고 있으며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경주에 출전할 수도 없는 것이 현행 제도다.
그동안 군체계 폐지의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경주마 자원 부족`이 약방의 감초처럼 변명의 이유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됐다. 비약적인 국산마 생산증대가 이뤄졌으며 외국산마에 대한 개별구매가 허용됨으로써 입사를 기다리는 외산마들도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마가 세계의 경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군체계 폐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경주마의 성별 나이 그리고 벌어들인 상금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를 편성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진정한 자율경쟁에 의한 경주마 질의 향상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상금을 적게 번 경주마는 적게 번 경주마끼리 상금을 많이 벌어들인 경주마는 그들끼리 경주가 편성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주마의 자원을 좀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유명 경마대회에 특정 경주마가 출전할 경우 다른 경주마들이 모두 출전을 기피하는 현상 등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개인마주제 경마가 시행된지 10년째를 맞는다. 우리의 경마산업은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과도기에 반드시 겪어야할 혼란이다. 이런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인습에서 탈피해 새로운 개혁과 개선을 단행해야 한다.
경주편성 체계의 개선은 경주마 질을 높이는 첩경이며 국내 경마산업을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본틀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내년부터라도 현행 군체계를 폐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경주편성 체계가 확립되기를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