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수 박태종이 오늘 역사상 최초의 900승 고지 점령에 나선다. 개인마주제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기록이다. 외신을 통해 외국경마의 소식을 접하면서나 알게 되었던 900승을 이제 한국의 경마공원에서도 보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마는 500승 마져 달성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래서 500승을 달성한 기수는 영예기수에 오를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외국의 현실과 비교하면 참으로 우스운 제도로 업신여길 가능성이 있다. 선진경마국에서 1000승 정도는 되어야 영예기수 후보가 될 수 있을테니까........
그러면 한국에서는 왜 500승 달성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수들이 오래동안 기수생활을 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된 1993년 이전에는 30세를 넘기는 기수가 드물었다. 30세가 되기 이전에 대부분 부정경마와 관련하여 경마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200승-300승 정도를 하면 관행처럼 경마장을 떠나는 기수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3년 개인마주제 경마로 전환이 되면서 우승열패에 대한 경마 본연의 의미가 부각되면서 그만큼 부정경마가 줄어들게 되었고 경마장을 떠나는 기수도 역시 줄었다. 이때부터 기수들의 승수 쌓기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면서 역대 최고기록이 속속 경신되기 시작했다. 백원기 기수가 가지고 있던 신기록이 김명국 기수에 의해 깨졌고 김명국 기수가 가지고 있던 신기록이 박태종 기수에 의해 깨졌다.
이후 박태종 기수는 국민 기수로 추앙을 받으며 한국경마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전무후무한 800승 달성의 금자탑을 쌓더니 오늘은 900승 달성의 위업을 이룰 전망이다. 한국경마의 현실로 보아서는 정말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900승 달성을 놓고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세계의 선진경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한국경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즐거운 일이 아닌가.
이제 박태종 기수의 900승 달성을 계기로 한국경마가 획기적인 변화의 틀을 마련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한국경마가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역경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실 지금의 혼란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현기증이 날 정도다. 한국마사회내 임직원간 갈등은 결국 감사팀장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몰고 왔으며 중장기 적인 경마산업 발전정책들이 방향을 잡지 못한채 표류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장수에 건설예정인 내륙육성목장 사업이 대표적이다. 마권종류의 다양화와 마권구매액 상한선 폐지, 경주편성의 과학화와 합리화, 클래이밍레이스 신설.......등 하고많은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마창출에 참여하고 있는 각 단체들의 내부사정은 어떠한가.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생산자협회 등이 조직원간의 갈등과 분열로 표류하고 있다.
마주협회는 기존 서울마주협회에 반발해 과천클럽이 탄생하는가하면  경주마생산자협회는 제주도의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와 내륙의 내륙말생자협회로 나뉘어져 활동을 하고 있다. 경주마 생산목장 중 에는 생산농가로 지정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교사협회도 마주 유치와 관련 회원상호간의 반목과 갈등이 높아지고 있으며 기수협회는 회장선거에서의 1표차 승리가 가져다주는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갈등과 분열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이 옳다는 편견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상대방이라면 어떨까라는 것을 전제로 상호 이해와 협조 속에서 혼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혼란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차례 주장한바 있지만 경마산업의 민영화를 꼽을 수 있다. 박태종 기수의 900승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더불어 한국의 경마산업도 찬란하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