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리안더비 코리안오크스 농림부장관배를 석권하며 국산 명마대열에 합류했던 해암장군이 최 절정기의 기량을 꽃피워보지도 못한채 지난주 열린 뚝섬배 경마대회에 출전하여 경주중 종자골 골절로 경주마로서의 생을 마감했다.
특히 해암장군은 국산마 최초로 소위 3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던 명마여서 경주퇴역 소식은 경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해암장군의 경주퇴역으로 역대 코리안더비 우승마는 모조리 경마장을 떠나는 불운을 맞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80년대말부터 꾸준히 국산마 육성정책을 펼쳐왔다. 그결과 전 경주의 73%까지 국산마가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90년대 중반까지 저질의 외국산마에 의존해 경마를 시행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의 감회에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되기까지는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국산마 생산 농민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진 보람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보람 이면에는 아직도 한국경마산업이 개선해야할 요소들이 한 둘이 아니어서 그동안 발전해온 것보다 더 큰 근심과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국산마 육성정책이 일정부문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와의 경쟁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들이 무수하게 많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과제는 국산마들의 수명이 유난히 짧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을 했듯이 역대 코리안더비 우승마들이 모두 퇴역한 상황이며 당시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던 블랙페가수스마저 얼마전 경마장을 떠나야 했다.
제1회 코리안더비 우승마 `우승예감`이 빛나는 명예에도 불구하고 조기 도태됐으며 제2회 코리안더비 우승마 `만석꾼`도 꿈을 다 펼치지 못한채 경마장을 떠났다. 어디 그 뿐이랴. 제3회 코리안더비 우승마 `핵돌풍`이 얼마전 퇴역했으며 제4회 코리안더비 우승마 `햇빛마을`도 불운의 역사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코리안더비 우승마 `해암장군`은 뚝섬배에 출전하여 명마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려 했으나 결국 종자골 골절로 경주마로서의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국산 명마들만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국산마들이 골막염 등을 앓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고 조기 도태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러면 국산마들이 왜 이렇게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의 경마장 환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차례 살펴보았듯이 서울경마공원의 환경은 사람 편의 위주로 되어 있다. 선진 경마시행국은 마방이며 경주로 경주마이동로 등이 모두 경주마에게 최적의 환경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
그러나 우리의 환경은 그렇지 않다. 관람시설이며 마권구매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마방시설은 사람편의 위주로 꾸미다보니 경주마들에게는 감옥과 마찬가지다. 환기조차 되지않아 제대로 경주마를 관리하지 않는 마방의 경우 경주마의 분비물에 의한 암모니아가스 냄새가 진동한다. 불결한 공기를 마시는 경주마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경주마의 이동로도 위험 천만이다. 혹여 성격 사나운 경주마들이 방마되어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진다면 경주마로서의 운명은 끝장이기 쉽다.
경주로는 어떠한가? 예술작품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무대가 필수적이다. 그 무대가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공연이 더 빛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주로는 훈련을 겸하다보니 혹사를 당하고 있으며 최적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 경주마에게 큰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훈련 도중에도 최상의 경주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중단시키고 살수 차가 물을 뿌리는 외국의 상황을 상기해야 한다.
이외에도 영세한 생산농가들이 어린 경주마를 제대로 훈련시키지 못한 채 매매하여 경주에 투입하는 현실, 상금벌이를 위해 어린 경주마를 무리하게 경주에 출전시키는 문제, 자율경쟁을 가로막는 시행제도......등도 국산경주마를 조기 도태시키는 위험요소로 지적할 수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