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한국의 경마산업은 그 본질을 망각한채 마권매출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경마산업의 본질은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여 경주에 투입시키고 검증과정을 거쳐 다시 생산으로 환류시키는 것이다. 마권매매는 경마산업 전체 중 한 부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경마는 마권매매만이 경마산업의 전체인양 통계가 이뤄지고 또한 그것만이 경마산업으로 치부되어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다. 마권매매 위주의 정책만을 펼치다보니 부정경마 시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에 매몰되어 ‘경마=도박=사행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없었던 것이다. 경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즉 조교사 기수 관리사는 물론이요 마주며 생산자 심지어 한국마사회 직원까지도 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마권구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부정한 정보를 얻기 위한 행위를 벌여왔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경마는 80년이 넘는 역사는 있었지만 진정한 경마문화는 없었던 것이다.

이제 한국경마도 국제적인 기준이나 제도에 합당하도록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마권매매의 3차산업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1차산업부터 소위 4차산업까지를 총체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는 서러브렛이라는 공통의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면 현재 한국경마산업의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까. 반복해서 주장해온 내용들이지만 마주제 및 생산정책의 선진화를 달성해야 하고 경주마수급정책은 물론 경주편성 및 상금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마체계를 보면 마주들은 경주상금 외에 별다른 부가수입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마주들이 우선 경주상금을 많이 벌기 위해 암말보다는 수말이나 거세마를 선호하게 된다. 외국산마 개별수입이 허용된 이후 혈통이 우수한 경주마들이 대거 서울경마장에 입성했다. 특출난 혈통의 경주마 중에서도 보카플라이어 스페셜러 퍼펙트챔피언 에디터인치프 언어카운티들리 인리스티드 패거스아일랜드 등은 한국마사회가 소유한 웬만한 씨수말보다도 우수한 혈통을 자랑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중 스페셜러는 거세되어 씨수말로 활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

반면 암말의 경우는 수말이나 거세마에 비해 경주상금을 벌어들이기에 열세이기 때문에 질좋은 암말들이 대거 도입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이웃 일본이 100여년 동안 질좋은 자국산마를 생산하기 위해 씨수말 중심의 정책을 펴 한 마리 당 수백억원의 수말을 도입하곤 했다. 그러나 암말을 등한시한 나머지 아직도 파트2 국가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암말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해야 한다. 이제 파트3 국가에 진입한 우리로서는 질좋은 씨수말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좋은 암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마주제도 현행 심사제를 전면 폐지하고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주마를 소유한 국민이면 범법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마산업 전체의 구조가 튼튼해지고 발전해갈 수 있는 것이다.

상금과 연계한 효율적인 경주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주상금 체계를 살펴보면 경주당 평균상금은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1년 전체의 상금과 특별한 경주를 상대 비교할 경우 비교가 안될 만큼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 최고 경마대회의 총상금은 이제 겨우 3억원이다. 세계의 유명한 경마대회와 비교할 경우 부끄러울 정도로 열세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해야만 한국경마산업이 제대로 발전해갈 수 있다. 질이 낮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는 아주 적은 상금을 걸고 질이 높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는 상금을 크게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부정경마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마주는 질좋은 경주마를 확보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며 생산자 역시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우물안개구리식의 정책과 제도는 한계에 쉽게 부닥치게 마련이다. 우리경마산업이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해나가기 위해서는 경마산업의 본질에 입각한 체질개선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