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28호 한국마사회 관장권 이제는 마무리하자

한국마사회 관장부처를 놓고 농림부와 문화관광부(전 문화체육부, 체육청소년부, 체육부)는  지금까지 지루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지난 92년 농림부에서 체육부로 이관할 때 두 부처는 서로 상이한 입장 차이를 보인 바 있다. 경마를 건전 레저스포츠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체육부의 입장이었고 한국마사회법의 목적대로 마사(馬事)의 진흥 및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경주마 생산증대를 통한 농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농림부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입장 차이와는 별개로 당시 정치상황에 맞춰 한국마사회 관장은 체육부로 넘어간 바 있다.
이후 한국마사회의 관장에 대해서는 각 부처간의 이해와 대립이 지속돼 왔다. 문화관광부와 농림부만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도 한국마사회를 차지하기 위한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당시 선거공약으로 수 차례에 걸쳐 한국마사회의 농림부 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임기의 반을 넘기면서도 선거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정부와 여당에서는 지속적으로 한국마사회의 농림부 이관을 추진했으나 야당 국회의원들과 각종 문화 체육단체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돼 결국 집단 시위를 벌이는 양상으로까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미해결 상태로 두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럴 경우 농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마사회의 관장은 어느 집단의 반발 때문에 이끌려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경마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여가생활을 효과적으로 하도록 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집단의 이익보다는 국가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체육계에서는 총체적 위기에 처한 문화체육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농림부로의 이관을 반대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경마산업이 경주마 생산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극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돕기 위해서도 농림부로의 환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 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이 두 가지 주장 중 어떤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정부와 국회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동안 한국마사회의 관장부처는 정치논리에 이끌려 경마산업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라기 보다는 부처간 이기주의에 매몰된 결정이었다. 이제라도 이러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가 제정한 한국마사회법 제1조의 목적에 의하면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원활한 보급을 통하여 마사의 진흥 및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 법의 목적에 의하면 당연히 농림부가 한국마사회를 관장하는 것이 순리일 것같다.
경마는 경륜이나 경정 등 다른 갬블성 레저스포츠와는 질적으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륜이나 경정은 사람이 기계를 움직여 하는 내기이지만 경마는 기수라는 사람과 경주마라는 동물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내기이다. 경주마가 없으면 경마산업은 존립근거를 잃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마선진국들은 농축업을 관장하는 부처가 경마시행체를 관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마산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농림부가 한국마사회를 관장하는 것이 순리일 것같다. 모쪼록 이번에는 이 문제가 명쾌한 결론이 내려져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