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의 고액배당에 대한 환상

지난주 일요일 마지막 경주에서 우리나라 경마사상 3번째의 초고액 배당률이 기록됐다. 박태종 기수가 고삐잡은 구진봉(조교사 김점오. 마주 김덕환)과 김경진 기수와 호흡을 맞춘 오띠모(조교사 강석철. 마주 박임순)가 1위와 2위를 차지하면서 3천8백42.8배의 복승식 배당률을 기록해 경주장면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 사건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온나라에 퍼져 많은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됐다. 이경주에서 3만원의 마권을 구입한 사람이 있어 1억1천5백만원의 횡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마를 모르는 가람들도 "나도 저런 횡재 한번 해보았으면..."하는 부러움을 나타냈다.
경마를 할줄 아는 사람들의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경주결과를 놓고 밤새는줄 모르는 입담이 계속됐다. "나는 구진봉을 놓고 훑었는데 오띠모만 뺐어" "말도마. 나는 오띠모를 놓고 8구멍을 샀는데 구진봉만 뺐어" "그것봐 내가 뭐라그랬어. 그 경주는 터진다고 했잖아" "구진봉은 볼수 있는 말이었는데 오띠모가 들어온 것은 이해가 안가" "아니야 xx놈과 ㅇㅇ놈이 빼먹어서 터진거야" 서로 자기의 주장이 옳다는 목소리들이 경마장과 장외발매소 주변에서 터져나왔다.
이처럼 특정경주를 놓고 밤새는 줄 모르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경마의 묘미가 아닌가 한다. 경마가 솟는 샘물처럼 무궁무진한 화제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매경주마다 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복잡한 것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는지도 모른다.
사실 경마에서의 고액배당은 모든 경마팬들의 꿈이기도 하다. 경마는 화투나 포커, 골프 등 상대방을 뻔히 알면서 즐기는 내기와는 달리 상대방을 전혀 모르는 채 즐기는 내기이다. 따라서 내가 누구의 돈을 따먹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노력하여 다른 사람은 추리하지 못한 마권을 구입했는가가 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른 내기에서는 돈을 잃은 상대방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양심적인 책임도 따르지만 경마는 그럴 필요도 없다. 자신이 누구의 돈을 따먹었는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경마에서의 고액배당은 많은 희열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꼭 명심해야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고액배당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경마에서 고액배당이 발생하는 것은 우승가능성이 희박한 경주마가 입상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이변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정상적인 베팅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그리고 어쩌다 고액배당을 적중시킨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사람은 이미 많은 돈을 잃은 상태에서 적중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경마이다. 그렇지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고액배당을 적중시킨 사람은 향후 경마를 즐기면서 차츰 베팅 액수를 높여나가게 돼 결국 많은 돈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액배당만 쫓다보면 고액배당 때문에 망하게 되는 것이 경마이다. 경마의 본질은  저액배당이냐 고액배당이냐를 가리기보다는 어떠한 추리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적중시켰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고액배당의 환상에 젖어서 마권을 구입하다보면 한탕주의 도박심리에 매몰돼 판단이 흐려지기 쉽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추리와 분석을 하지않으면 그만큼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 경마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