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대기만성(大器晩成), 천창기 기수  
30전만에 찾아온 첫 승,‘강진’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부터 80명의 기수들이 기억하는 첫 승을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기수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천창기 기수는 호탕한 성격과 세심한 배려로 주위를 밝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를 ‘대기만성형 기수’라고 칭한다. 장인(匠人)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자격은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오는 선물인 것처럼, 그가 신인기수 시절을 화려한 빛을 발하진 않았지만 차곡차곡 연륜이 쌓이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천기수에게 첫 우승의 기쁨은 경주로에 데뷔한 뒤 한참이 지나도록 찾아오지 않았다. 소위 ‘잘 나가는’ 동기들은 10승을 올리는 등 화려한 성적을 올리고 있었건만, 그에게는 첫 승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30전을 넘기고 나서야 드디어‘강진’이라는 호주산 거세마로 첫 승을 올리게 되었다. 당시 ‘강진’이란 마필은 경주경험이 6전에 불과한 신예마로 훈련때 기승자를 끌어대는 마필이었다고 회상한다.
바로 그 마필에 첫 기승, 1200m에 출전해 1분 17초대 기록으로 5위를 기록했었는데, 두 번째 기승에서는 편성을 잘 만나선지 기록은 늦춰졌지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초기에는 첫 승에 대한 기대를 매경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차츰 실망을 하지 않기 위해 ‘경험을 쌓기 위한 경주’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왔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첫 승을 했을 당시의 기쁨은 오랜 기다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느끼지 못하는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뚝섬시절, 그의 뇌리에 남겨진 경주마는 ‘육관왕’,‘늘푸른’이다.
‘육관왕’이란 마필은 캐나다산 거세마로 신마분배에서 그가 직접 추첨하여 능력검사까지 함격시켰으나 처녀출전때 수습기수라는 이유로 기승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육관왕’은 능력검사 1위부터 3연승을 거둔 후 2위 한번, 그리고 2연승을 끝으로 부상 때문에 은퇴하고 말았다. 마지막 경주에 한번 기승해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너무나 아쉬움이 크게 남았었다.
‘늘푸른’은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고비를 벗어날 수 있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던 경주마다. ‘늘푸른’이 1군에 있을 때 인연이 닿았기 때문에 성적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꼬박꼬박 승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대기만성형 기수로 경마팬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천창기 기수는 계속해서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과 함께 해온 첫 승의 ‘강진’과 아쉬움의 ‘육관왕’, 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용기를 주던 ‘늘푸른’, 명마중의 명마 ‘당대제일’의 모습을 가슴에 새기면서…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