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경매시행 보장하라!…지난해 이어 올해도 두차례나 무산
―“11월 중에는 반드시 경매 시행”
―농림부 주재 하에 제반 문제 검토 제안
경매시행주체인 경주마생산자협회는 경매 일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강행을 하자니 수요자인 마주협회측과 갈등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외부 여건을 다 수용하다보면 생산자들의 손실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묘수 찾기에 골몰하다.
현대영 생산자협회장은 지난 20일(토) 경마공원을 방문, 마주협회·마사회 등과 경매 일정을 놓고 협의를 벌였다.
각 단체의 입장차만 재차 확인한 이 자리에서 현회장은 11월 중 경매 시행을 공식 발표했고, 이제 앞으로의 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경매시행으로 일관된 국산마 정책 실현하라!
생산자협회는 내달 6일(화)과 7일(수) 2001년도 2차 경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6월과 9월에 예정됐던 경매가 무산됨으로써 생산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고, 마사회 보유 육성마의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간에서 생산한 당세마의 거취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시행 4년차를 맞이한 국산마 경매는 첫 해부터 난항을 거듭하더니,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예정된 시기에 열리지 못하는 불운을 겪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18개월령, 24개월령을 대상으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매년 정해진 시기에 경매가 열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경매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국내 현실에서는 이런저런 외부 요건이 작용하면서 경매가 필요에 따라 예정됐다, 무산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
아직 국산마 생산 기반이 완전히 자리잡기 못했기 때문에 경매 주관단체인 생산자협회의 시행 의지도 강력히 반영되지 못하고, 또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서 경주마 생산농가의 손실이 가중,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영 생산자협회장은 현재로선 “경매의 안정적 시행이야 말로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관련단체인 마주협회와 마사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한다.
결국 수요자인 마주협회의 협조없이 원만한 경매시행이 이뤄질리 없고, 또 경마정책을 둘러싼 마사회와 마주협회의 협의없이 마주협회가 경매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산마 과잉생산은 중장기 계획의 차질에서 비롯됐다
현재 서울경마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1천3백61두의 경주마 중 국산마는 901두로 66%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 과잉생산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대해 현회장은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당초 마사회의 국산마 육성 계획에 의거해 생산자들은 충실히 이행해 오고 있지만 경마산업 중장기 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지금의 과잉생산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현회장은 주장했다.
즉, 경주경마장 건설 백지화, 부산경남경마장 착공 지연, 제2 육성목장 건설 난항 등 경주마 생산과 관련된 일련의 사업들이 부진하게 진행되면서 계획대로 이뤄져온 생산 분야가 오히려 골칫거리인 것처럼 부각됐다는 뜻이다.
어쨌든 현재 서울경마장이 수용할 수 있는 국산마의 비율이 당초 계획보다 앞서가는 만큼 내년부터는 국산마 경주의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고 현회장은 제안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국산마 가용두수에 비해 경주수가 부족해 시행체계를 바꾸기까지 했으므로 내년에는 이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국산마 경주수가 최소한 70% 선까지 늘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림부의 중재를 제안한다!
생산자협회가 그동안 미뤄왔던 국산마 경매를 11월에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당장 마주협회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연이은 외산마 도입과 국산마 개별거래로 이미 상금에 반영된 마필구입가는 대부분 소요된 셈인데, 또다시 경매를 열어 1백 80여두에 달하는 국산마를 구매해야 한다고 하니 마주협회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경마장의 마방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마주협회는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점을 고려해 생산자협회는 6월, 9월 경매를 연기해 왔지만 이제는 생산자협회나 마주협회 모두 극한 상황에 달한 셈이다.
더 이상의 경매 지연은 생산 농가의 손실을 점점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내년 경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현회장은 토로하고 있으며, 반대로 마주협회는 마사회와 상금협의를 마쳐야 이번 경매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생산자협회는 지난해 마주협회의 보이콧으로 경매가 무산됐던 참담한 경험이 재현될 가능성마저 있다.
현대영 생산자협회장은 이번 경매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정부부처인 농림부의 중재를 제안했다. 즉, 농림부 중재 하에 마사회와 마주협회 간 제반 문제의 심도있는 검토를 마친 후 마주협회와 생산자협회가 모두 합의하는 선에서 경매를 열자는 취지다.
현회장은 금주 중으로 이같은 뜻을 농림부에 통보할 계획이며, 합의적 경매가 여의치 않을 시에는 생산자협회 독자적으로 경매를 주관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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