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인터뷰 - 함완식 기수
거센 날개짓을 시작한다
재주꾼 함완식(23세)의 날개짓이 엄청나다. 지난 10월 3승 2위 6회를 기록하더니 11월에는 벌써 5승을 차지했다. 경마공원내 관람대에선 함기수가 나오면 어떤 말을 타던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근래 경마공원내 함기수에 대한 평가다.
데뷔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던 함기수는 기대만큼이나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어려운 때는 있었다. 지난 7월 41승을 기록하며 정식기수로 거듭났던 함기수는 이후 대부분의 기수가 그렇듯이 감량이점에서 벗어난 이후 기승기회가 줄고 성적이 슬럼프를 보이기도 했다.
초반에는 1kg차가 그리 대수겠냐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최근 경마공원에 부는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함은 매사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을 하다보니 즐거울 일만 생기는 것일까?
지난 주 함은 생애 처음으로 시상대에 섰다. 기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상대에 서기를 고대한다. 특히 큰 경주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기 힘든 후배기수들에겐 꿈같은 일이다.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진 못했어요”는 말 그대로 당일 기승한 ‘백두거인’에 첫 기승이고, 큰 기대를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던 마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좋은 결과를 불렀다.
그는 아직 배우는 입장으로 소속조 임대규 선배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 주위로부터 경주때는 물론이고 새벽 훈련시에도 선배를 닮아간다는 얘기를 듣는다. 선배의 경주장면이나 새벽훈련 모습을 보면서 잘 탄다고 생각되는 것은 의도적으로 따라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기승이 많아진 32조 김윤섭 조교사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명기수 출신답게 기수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잘 알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일례로 막판 스퍼트를 준비하면서 미리 한두번 재갈을 물려서 준비를 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고 정확한 추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임선배가 경마대회 인터뷰에서 피알을 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한데 그 얘기를 듣고 일부 경마팬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조금 아쉽다. 경마가 레저로 즐기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긴장과 각박함 속에 매몰된 것 같다. 좀더 여유있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한다.
지금은 예시장 분위기가 많이 친근감 있게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간혹 욕설등이 터져 나올 때면 기분이 좋지 않다.
돈을 잃은 경마팬의 입장에서 보면 기수들이 미워 보이겠지만 기수들도 매경주 위험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모든 기수들이 인기마에 기승하면 우선 먼저 근심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오랜 경험을 가진 선배들이라도 심적부담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꼽는 가장 좋은 마필은 지난 4월 스포츠투데이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클래식리절트’다. 임대규 기수가 기승정지로 출전할 수 없게되자 김일성 조교사는 새파란(?) 그에게 ‘클래식리절트’를 덜컥 맡겨 버렸다. 하지만 좋은 기회였다.
경마대회 첫 출전이었지만 어깨너머로 선배와 조교사에게 배워온 것들을 맘껏 드러내며 작전대로 멋진 경주를 연출해 비록 우승은 아니었지만 준우승을 엮어냈으니 말이다.
데뷔 때부터 연일 폭탄 배당을 선사하며 경마공원에 새바람을 일으킨 함완식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꾸준함이다. 몰아치기에도 능하지만 항상 그 만큼의 몫은 해내기 때문에 경마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함기수는 근래 하루 7∼8두의 경주마에 기승을 한다. 힘이 들만도 한데 아직 거뜬하다고 한다.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지 않고 있으며, 새벽훈련에서도 엉덩이를 들고 훈련을 하는 만큼 하체 단련이 많이 되어 있어 걱정이 없다.
데뷔후 2년이란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함기수에게 그 기간은 자신을 완성하는데 소중한 시간이 됐다. 특히 경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의욕적인 경주를 보일 수 있다. 물론 의욕이 앞서 자칫 경주를 망칠 수도 있지만 꼼꼼하게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는 함기수에게도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경주중 자세가 높아진 것이다. 기수에게 많이 생기는 허리병으로 인해 자세를 낮추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2002년으로 예정된 군입대도 문제다. 장기간 말타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동기생들에 대한 걱정도 크다. 주목을 받으면서 좋은 기승술을 보였던 자신의 동기들이 이런저런 일들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하루빨리 예전처럼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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