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초대석 - 박대흥 조교사

인물 초대석
‘즐거운파티’ 수장 박대흥 조교사
…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지난 17일 그랑프리에서 유일한 국산마 ‘즐거운파티’가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즐거운파티’우승은 남승현 마주, 김형수 기수에게 더할나위 없는 기쁨을 안겨주었지만 특히 조교사가 된 지 2년 7개월여를 보내고 있는 박대흥 조교사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97년 조교사로 첫 발걸음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좋은 국산마를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국산마에 관심을 집중하고 가능한 국산마 확보에 주력해온 결실을 맺은 것이다.
개별거래를 통해 들어온 ‘즐거운파티’의 능력검사 모습을 본 박조교사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비록 420kg대의 특별한 마체는 아니었지만 유난히 다리가 길어보여 잘 가꾸면 1군 승군은 무난하다는 생각을 했다. 초기 순치부터 시작한 마필훈련을 통해 ‘즐거운파티’에 대한 기대는 높아만 갔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2개월여 훈련을 시키던 중 마체에 이상이 생긴 듯, 마필이 갑자기 변화를 보인 것이다. 염려가 되는 모든 부분에 대해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았지만 별다른 부상진단이 나오기 않았다.
결국 박조교사는 마주와 상의해 3개월 동안 일체 운동을 중지시키고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또한 휴식하는 동안 경주마에게 좋다는 것은 모두 구해다 섭취를 시켰다. 이렇게 공을 들이다보니 당연히 데뷔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데뷔전은 실망. 흙 튀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대밖의 성적을 올린 것이다. 가볍게 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감량이점이 있었던 함완식 기수를 기용했다. 그 결과 두 번째 경주부터는 1분 02대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꾸준한 성장을 기록한 ‘즐거운파티’가 급격한 변화를 보인 것은 올 여름. 하루가 다르게 힘이 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리가 늘어나고 상위군으로 승군함에 따라 서서히 질주습성을 변화시켰다. 경주조건상 한국경마에선 장거리 적응이 필수이기 때문. 한 두 번 뒤에서 경주를 시도했고, 마필의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바로 추입으로 질주습성을 바꾸는 것에는 성공을 했지만 스타트가 너무 늦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즐거운파티’가 좋은 성적으로 성장을 거듭할수록 박조교사의 고민은 늘어갔다. 어떻게 하면 부담중량을 줄일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박조교사의 노력으로 경마대회에 3번이나 출전한 ‘즐거운파티’가 짊어졌던 최고의 부담중량은 55.5kg이 최고일 정도로 마필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출전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항간에는 ‘즐거운파티’가 부담중량에 민감한 마필이라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다.
‘즐거운파티’의 첫 경마대회 도전은 일간스포츠배 경마대회였다. 충분히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전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추입이 늦은 바람에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문화일보배 경마대회는 그랑프리 출전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새강자’라는 최고의 국산마와 경합을 펼치며 그리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김형수 기수가 너무나 아쉬워하며 그랑프리에 출전하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최장거리인 2300m,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건등을 고려할 때 충분하다고 생각해 11월 출전을 포기한 채 그랑프리에 대비한 훈련에 열중했다.
그랑프리 출전을 앞두고 고비가 찾아왔다. 암말 국산마라는 점을 고려할 때 52kg의 부담중량을 은근히 바랬는데, 생각보다 1.5kg이 높게 나온 것이다. 남승현 마주는 그동안 모든 마방식구들이 애써서 준비를 했으니 결과를 떠나 그랑프리에 출전하자고 했다.
그랑프리는 ‘즐거운파티’를 위한 경주였다. 기수와 머리를 맞대고 작전전개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레이스 운도 따랐고, 김형수 기수도 계획한대로 거의 완벽하게 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그랑프리의 기쁨이 지나면서 아직은 이르지만 ‘즐거운파티’의 장래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랑프리 우승으로 당분간은 부담중량이 급격하게 늘 전망이다.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경주조건이 적정하다면 출전한다는 방침이다.
‘즐거운파티’의 그랑프리 우승을 두고 여러 얘기들이 들린다. 물론 박조교사도 핸디캡 이점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랑프리까지 19조 마방식구들이 흘린 땀이 결실로 나타났음을 알아달라고 부탁한다.
말과 함께하며 승부를 하는 조교사는 자신이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성적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혼자 힘으로 안된다. 주어진 말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단결해야 한다.
박조교사는 한걸음이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조교사로 오래도록 경마팬 앞에 서고 싶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