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초대석 - 김양선 조교사
“혈통으로 내일의 경마를 읽는다”
- 혈통연구로 ‘선봉대감’·‘일등만세’소득
- 경주마 혈통는 평생해야 할 공부
경마는 혈통이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경주마 세계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마필들만이 살아
남았다고 할 정도로 철저히 개량화를 거치고 있다.
경주마의 혈통연구는 100% 과학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역사적인 검증을 통해 우수혈통의 경주
마가 잘 달리는 것은 사실이 입증되었다.
한국경마에서도 몇 년 사이 혈통에 대한 경마관계자와 일반 경마팬의 관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에서도 혈통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조교사일 것이다.
경주마의 마주는 따로 존재하지만 구입에서부터 관리와 경주출전 등에 총체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바로 조교사의 임무다. 좋
은 말을 선택해야 당장의 상금뿐 아니라 장기간의 위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수시절인 82년 미국생활을 통해 일찍 경주마 혈통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김양선 조교사를 만나 최일선에서 경주마를 관
리하면서 축적한 혈통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김양선 조교사는 경주마 혈통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가 혈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바로 기수시
절 더 넓은 세계를 알고자 택했던 미국행에서다. 1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혈통에 대해 남보다 더 빨
리 눈을 뜰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개인마주제 전환을 거치면서 혈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마필들
의 혈통을 추적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일등만세’와 ‘날쌘순이’다. 당시 이들의 아비마 ‘랜드러쉬’는 비인기마
로 자마들의 가격이 상당히 낮게 형성이 됐다. 그러나 좋은 혈통이라는 점을 감안 구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 마필
모두 1군까지 승군하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실수도 있었다. 바로 ‘디디미’의 자마들이 첫선을 보였을때 이미 실패했던 ‘해피째즈밴드’와 같은 혈통임을 염려
해 1두도 구입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디디미’자마들이 대부분 성공적인 활동을 한 것이다. 올해 브리더즈컵 경마대회
는 김조교사의 노력을 입증하는 대회가 되었다.
바로 최근 자신이 구매한 신마와 브리더즈컵 우승마인 ‘티즈나우’가 같은 혈통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신마를 구입할 때 씨
수말은 인기없는 혈통이었지만 씨암말은 수년의 노력으로 찾아낸 명혈통이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특히 그를 흥분시키는 것
은 그 씨암말 혈통의 자마들중 76%에 해당하는 수가 우승을 차지했다는 통계였다.
이런 이유로 아직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마필이지만 향후 높은 기대치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김 조교사는 십수년을 혈통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혈통의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때문에 평생
을 해도 못할 것이 바로 혈통연구라고 강조한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경마에서의 혈통은 아직 시작단계다. 즉 외국의 혈통이론을 대입하려도 검증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다.
경주마를 선택할 때 두가지를 고려한다. 바로 혈통과 마체가 그것이다. 혈통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마체가 받쳐주지 못하면
경주마로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한 마체가 좋다고 혈통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혈통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김 조교사가 당부하는 것은 말에 대한 기본상식과 많은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혈
통에 체계를 갖춘 외국에 나가 직접 경험을 쌓아야 하고 귀로 듣는 간접체험이 아니라 직접 마필을 살펴보고 장기간 그 말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9월 미국 메릴랜드 주정부가 주최한 “경주마의 혈통이 레이스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 참석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
유에서다. 한국경마에서 혈통에 대한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는 것에 대해 그는 환영을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추첨을 통해
교배가 되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이상적인 교배와 자마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최
근 민간목장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혈통의 종모마를 수입해 노던댄서 계열로 치중된 국내 혈통에 새로운 변화
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단계인 혈통연구 노력들이 한국경마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김조교사의 생각이다. 【권순옥 차장대
우 margo@krj.co.kr】
― 최근 혈통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다. 경마에서 혈통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 현재 경주마로 활용되는 서러브렛 자체가 혈통적으로 개량화된 것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우수한 혈통
의 말이 후대에도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혈통이라 함은 유성인자가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다. 한마
디로 경주마는 혈통으로 달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혈통의 중요성 부각과 함께 조교사의 역할 또한 부각이 되고 있는데
▲ 경매 및 개별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스스로 좋은 말을 골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조교사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조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질 것이다. 때문에 조교사 각자가 혈통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고, 또한 다양한 선진경마국의 혈통연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관련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주었으면 좋을 것이다.
― 향후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 최근 민간목장에서 고가의 씨암말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민간목장주들은 당대 최고말을
배출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들의 이러한 꿈이 한국경마를 살찌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
다.
그리고 외국산마 개별거래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씨암말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이 들어와 국내 마필생산에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혈통의 최종검증은 바로 경주다. 하지만 그 과정 또한 중요시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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