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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변하는 것은 당연지사. 변함없는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변해서 아름다운 것도 있는 법.
경마장 생활 21년째를 맞고 있는 배휴준 기수, 변화가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회변화에 맞춰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에 하나인 배기수는 처음에는 독불장군처럼 생활해왔다. 어린나이에 데뷔한 만큼 어려웠던 한국경마를 체험하면서 자신만의 고집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 ‘마음의 문이 열린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스스로도 닫혀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얘기하면서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서 후배기수들과 같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따르는 후배들도 늘었다.
‘배휴준’하면 경마팬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당연히 결승선 앞에서의 힘찬 채찍질일 것이다. 이미지처럼 되어버린 채찍질은 처음 기승술을 배울 때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채찍질 없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코차 승부가 희비를 갈라놓는 경주로에 서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채찍을 쥐게 된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자신은 고참이기 때문에 좋은 말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비동자’와 ‘다함께’다.
그러나 행운도 노력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일 것이다.
배기수는 “기수의 임무는 경주마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말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기승할 마필에 대해 아는 것이 첫 번째, 까마득한 후배건 후보생이건 훈련을 담당했던 사람들에게 말의 습성을 묻고, 나름대로 작전을 구상한다. 말의 성격을 어떻게 맞춰주는냐가 결정적인 순간에 순위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말에 기승하는 순간부터 말과 대화를 시도한다. 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한번의 실패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다음에라도 경주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런 사정은 오늘을 이루기 위한 담금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어려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슬럼프. 더욱 어려웠던 것은 주위에서 들리는 잘못된 소문들. 물론 가정일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리듬이 떨어졌던 것인데...
배기수가 좋아하는 동료기수는 김택수·김옥성 기수다. 후배지만 나이도 비슷하고 기수협회 홍보를 담당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서다.
한편 그가 최고 기수로 인정하는 이는 박태종 기수다. ‘말 잘 타면서 프로로서 성실하고 노력하는 기수’라고 평하며, 모든 기수들의 표본이라고 말한다. 핸디만 맞는다면 지금이라도 맞대결을 펼쳐보고 싶을 정도로 경쟁의욕이 생기지만 아무래도 부담중량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올해 초반 영예기수 심사가 있을 전망이다. 기수라면 누구라도 염원하는 영예기수,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되던 안되던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이 배기수의 마음이다.
꿈이 있다면 20년간 몸으로 배워온 것들을 마음껏 펼쳐보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조교사님들이 배기수를 믿고 말을 맡기지만 부담감이 있어 모든 것을 활용해 보지는 못한다.
많은 경마팬이 알다시피 배대선 조교사는 그의 친형이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 언제나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좁은 공간에서 너무 친하게 지내다보면 자칫 좋은 일보다는 서로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는 염려가 오히려 거리를 두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마장내에서는 되도록 서로를 피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은 절실하다고 한다. 마음으로 서로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까지...
배기수에겐 팬클럽이 있다. 바로 ‘휴준군단’이다. 네티즌 경마팬이 생기면서 여러개의 팬클럽들이 생겼지만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휴준군단’이 최고. 물론 처음에는 다소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서로에 대해 이해하면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 장수할 수 있던 비결이다.
배기수는 앞으로 많은 기수의 팬클럽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한다. 기수와 경마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하면서...
그동안 경마가 끊임없이 사회에서 문제시된 것은 바로 과도한 베팅으로 인해서다. 배기수는 경마팬에게 잃더라도 웃을 수 있는 만큼의 베팅을 권한다. 그 액수는 사람마다 틀릴 것이다. 경마가 진정한 레저스포츠가 되는 것은 가장 첫째 경마팬의 몫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경마장을 찾아 베팅을 가족의 행복을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면 항상 즐거운 경마공원이 될 것이라는 것이 배기수의 생각이며 바램이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