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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모래층 얇아 이번주에 보충
―경주마와 기수 안전 고려해 염화칼슘 대신 염화나트륨 사용
올 겨울 들어 가장 바빴던 사람을 꼽으라면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연이은 폭설과 매서운 추위로 꽁꽁 얼어붙었던 경주로, 그리고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 가며 언 주로를 녹여냈던 주로조경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마사회 주로조경팀의 ‘대장’ 황동석 팀장은 17년간 공사·조경·시설 등 이 분야에서 근무해 왔지만 올 겨울처럼 힘든 때는 없었던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쉰다.
봄의 문턱에서 한 시름 놓고 있는 주로조경팀을 찾았다.
<염화나트륨 1천톤을 삼켜 버린 사상 최악의 폭설>
지난달 7일과 14일, 황동석 주로조경팀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끊임없이 내리는 야속한 눈과 시시각각 얼어붙는 경주로, 경마 시행이 어려우리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황팀장과 팀원들은 밤샘 철야작업을 벌였다.
쉼 없이 눈이 내렸지만 계속 쓸고, 고르고, 녹이고… 경마 시행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상 악화와 경주마 및 기수 안전을 고려해 경마 취소가 결정되고 팬들의 빗발치는 성화에 황팀장은 얼마나 가슴이 내려 앉았는지 모른다.
“올 해는 예년에 비해 밤샘 작업이 두배나 많았습니다. 보통 조를 짜서 번갈아 가며 철야 작업을 했지만 올 해는 조와 무관하게 팀원 전원이 경주로 관리에 매달려야 했어요. 이제 겨울도 다 가고… 한 시름 놓겠습니다(웃음)”
통상적으로 제설작업을 위해 마사회 주로조경팀이 사용하는 것은 염화나트륨(NaCl, 천연 암반에서 추출되는 염분)이다. 일반 도로용으로는 염화칼슘(해수에서 추출되는 염분)이 사용되지만 기수의 시력 보호와 경주마 세균 감염을 우려해 마사회는 제설 효과가 좀 떨어지지만 염화나트륨을 사용하고 있는 것.
예년에는 이러한 염화나트륨 사용량이 보통 800∼1000톤에 불과했지만 올 해는 벌써 1250톤 이상이 소요됐다. 그만큼 적설량이 많았고 주로조경팀의 애로사항도 컸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니…’>
지난주 목요일, 황팀장과 팀원들은 또다시 가슴을 졸여야 했다.
32년 만에 최악의 폭설이 내려 과천 지역은 물론 수도권 일대를 강타했기 때문. 마사회 각 부서로는 경마시행 여부를 묻는 경마팬들의 전화 문의로 업무 마비를 이룰 정도였고, 두 차례나 폭설로 경주를 취소한 적 있는 주로조경팀도 바짝 긴장했단다.
다행히 다음날 눈이 그쳐, 발빠르게 제설작업과 주로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지난주에는 별탈없이 경마가 시행될 수 있었다.
“경주로 관리는 예민한 부분입니다. 경주마가 직접 닿는 부분이다 보니, 세심하고 안전하게 관리해야만 경주에서도 최상의 성적을 낼 수 있고 기수에게 마찬가지죠. 모래층이 너무 두꺼우면 경주마의 체력 소모가 크고, 또 너무 얇으면 완충 효과가 떨어져 착지 시 부상을 입을 수 있거든요”
지난주에는 그간의 제설작업 영향으로 상당수의 모래가 쓸려 내려가 모래층이 다소 얇은 편이었다. 그래서 주로조경팀은 21일(수) 140㎤에 달하는 모래를 보충, 현재 함수율 8%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젠 경주로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훈련전용 주로 생긴다!>
주로조경팀은 훈련전용 주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중장기 계획 하에 조심스럽게 사업 검토 중이다.
지난번과 같은 기상 악화에 따른 경주 취소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훈련과 경주로 일주일 내내 혹사 당하는 지금의 주로 상태로는 경주마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
현재 과천 서울경마장의 주로는 내주로와 외주로로 구성돼 있는데, 내주로 안쪽, 공원을 둘러싼 지점에 훈련 전용으로 제3주로 건설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가용할 수 있는 주로가 총 3개로 늘어나기 때문에 훈련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주로 전체를 개방해 혼잡도를 줄이고, 훈련량이 적은 시기에는 1개 주로를 폐쇄, 적절히 관리하면서 경주로의 마모 정도를 늦출 수 있다.
또한 전체적인 경주로 개보수 작업도 함께 검토 중이라 당장에 실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지만 향후 3∼4년 내에는 모든 공사가 완료될 것이라고 황팀장은 전했다.
<팬들의 성원과 격려…“쌔빠지게(?) 일하니, 보람도 있네요”>
얼마전 마사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반가운 글이 하나 올랐다.
추운 겨울에도 경마 시행을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주로조경팀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감사한다는 어느 경마팬의 글이었다.
“쌔빠지게(?) 일하다보니, 이런 좋은 일도 있다 아입니까” 멋쩍게 사투리를 섞어 보람을 말하는 황팀장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경마일이면 매 경주 사이사이에 불쑥 나타나는 정지기(모래 고르는 장비)와 그 뒤를 따르는 돌 고르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숨은 일꾼들이다.
이번 주에는 이들을 향해 파이팅을 한번 외쳐 보자. 모래 고르는 손길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갈 것 같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