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칩니다!-경주로 데뷔 앞둔 이신영, 이금주 기수

↑	이신영 기수, 이금주 기수

-여자 유도, 여자 레슬링이 이미 올림픽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여자 축구 월드컵이 21세기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로 각광받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경마장에서도 여성 기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75년 이후 26년 만에 이신영, 이금주 두 명의 여성 기수들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7일(월) 기수 양성소 졸업과 함께 정식으로 기수 면허를 획득하고 경주로 데뷔를 앞둔 이들을 만났다.

-기수가 된 동기는?
▲(이신영 기수)…체대 입시를 준비중이던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기수 시험을 보게됐다. 경마장이 어떤 곳인지 호기심도 있었고, 이색적인 직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모험심도 기수가 되는데 크게 작용했다.
▲(이금주 기수)…대학교 2학년 때 승마수업을 들었는데 담당교수님이 기수해도 될 정도로 말을 잘 탄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때는 여성 기수모집이 없었다. 졸업 후에 그 교수님이 여성 기수모집 광고를 보고 추천해주셨다. 기수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몰라 망설였지만, 당시는 IMF로 취직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여성으로는 처음이라는 생각에 기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직 정식 기수는 아니지만, 기수라는 직업의 매력을 꼽는다면?
▲(신영)…우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 독특하고 이색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초를 다투는 승부, 말 위에서 느끼는 박진감은 기수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금주)…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었는데 동물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과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는 점이 기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말에 기승했을 때의 느낌은 어땠는지?
▲(신영)…타기 전에는 재미있어 보였는데 막상 타보니 너무 힘이 들었다. 말을 탄다는 것이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복잡하고, 다른 종목과 달리 동물과 같이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금주)…새벽훈련시에 텅빈 경주로를 전력질주할 때의 그 속도감. 그것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설명해도 알 수 없는 기분이다. 말을 처음 탄 것은 아니었지만, 경주마에 처음 기승했을 때, 정말 기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수가 위험한 직업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후보생 시절 부상의 경험이 있는지? 부상에 대한 공포는 없는지?
▲(금주)…처음 주로에서 훈련했을 때, 비가 아주 많이 왔었는데 그만 낙마를 하고 말았다. 얼굴과 목을 다쳤는데 그 때는 정말 이 일을 계속해야 되나 하는 회의도 들었다. 그런데 2∼3일 정도 지나니까 훈련소에 있는 말들이 보고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

-기수로서 여성이라는 것이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신영)…기수에게 있어 개인에 따라 능력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성별에 따른 능력차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여성이라고 해서 특정한 장점이나 단점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금주)…감성적으로 섬세하게 말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여성이라는 점이 확실히 장점이다. 말과 교감하고 호흡을 맞추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동기들끼리의 모의경주를 보고 과감성에 있어서 여성이 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직 경험이 쌓이지 않아서이지 특별히 여성이라서는 아니다.

-기수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금주)…강해져야 한다. 경마는 남성들의 세계였기 때문에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나도 속이 상할 때는 화장실에서 몰래 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힘든 점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

-앞으로의 각오나 기수로서 목표로 하는 게 있다면?
▲(신영)…여성 기수로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신영은 기승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기승시키지 않겠다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든 면에서 동기들 중에서는 최고라고 자신한다. 실력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
▲(금주)…경마장에 이금주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키겠다.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는 기수 생활을 하고 싶고 조교사도 하고 싶다. 열심히 하는 기수, 성실한 기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프로필〉
-이신영 기수
1. 생년월일, 출생지 : 1980년 4월 12일 마산 출생
2. 학력 : 마산무학여중-마산제일여고-부산동아대 체육학부 1년 휴학
3. 신체조건 : 158cm, 48kg
4. 취미 : 등산
5. 후보생 소속조 : 17조

-이금주 기수
1. 생년월일, 출생지 : 1976년 11월 26일 서울 출생
2. 학력 : 문래중-성지고-관동대 사회체육학과 (스키, 에어로빅)
3. 신체조건 : 151cm, 44kg
4. 취미 : 스키, 수상스키
5. 후보생 소속조 : 33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