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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악벽에 관한 연구논문 발표
-‘국내 1호’ 관리사 출신 박사가 목표
-44조 윤세영 관리사가 지난달 석사논문 「경주마의 마사내에서의 악벽에 관한 조사연구」를 발표했다. 경주마의 악벽은 한 번 발생하면 순치나 관리가 어렵고 경주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악벽의 발생원인이나 대처방안에 관한 연구는 물론,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논문은 큰 가치를 갖는다.
-담배끊고 심심해서 대학 갔다?
그가 경마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89년 7월 1일. 하재흥 조교사의 35조에 입사한다. 95년 대학에 입학, 그 결정적 계기는 뜻밖에 금연이었다. 하루에 담배 3갑을 피던 그가 금연을 시작한 날은 우연찮게 35조 소속이었던 故 김태성 기수가 사망한 92년 11월 1일. 담배를 끊으니 할 일도 없고 심심했다는 그는 그 때부터 컴퓨터를 배우는 등 다른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기가 생겨 그도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 셈. 그러나 정작 친구는 졸업을 못하고 오히려 그가 4년만에 졸업에 성공한다. 사회인이 만학의 꿈을 실현시키는 방송통신대의 특성상 4년만의 졸업은 흔치 않은 일. 95학번 중 4년만에 졸업한 사람은 경기도에서 그를 포함, 2명뿐이었다. 그가 그렇게 성실히 공부한 이유는 이루기 힘든 조교사의 꿈을 채워줄 그 무언가가 필요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주마 악벽에 관한 실태조사...일선 마방에선 모두 공감할 터
그의 방송통신대 농학과 학사논문도 경주마 악벽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지도교수가 논문사례집에 그의 논문을 추천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가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결국 작년 12월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가 오늘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경주마 악벽은 무엇보다 그가 잘 아는 분야였고 경마장 식구들 모두가 공감하고 궁금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논문은 ‘과연 경주마에게는 어떤 악벽이 가장 많을까?’, ‘과연 악벽이 주암마사와 삼포마사, 외산마와 국산마, 성별차에 따라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우선 그는 그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를 비롯, 해외 각국의 자료를 뒤졌다. 하지만 국내에는 말의 행동에 관한 논문이 거의 전무했고, 외국자료는 양에 비해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방대한 자료수집에 이어 그가 착수한 작업이 설문조사. 서울경마장 52개 마방을 일일이 다니며 설문지를 돌렸다. 1천 3백 86두, 모든 경주마의 악벽을 조사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성의 있게 설문에 응한 마방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조사의 충실성은 아직도 그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번 논문을 통해 그는 주장을 펴기보다는 현상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경주마의 악벽은 갇혀있는데 따른 스트레스와 무료함 때문이고 따라서 경주 후에 주로 소속 목장으로 돌아가는 외국이 10%대의 출현율을 보이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경주 후에도 소속 마방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30%대의 출현율을 보인다. 이번 논문에 의하면 서울 경마공원 소속 1천 3백 86두 중 37.8%인 5백 24두가 악벽이 있었으며, 성별에서는 숫말이 40.7%, 나이별로는 2세마가 50%, 산지별로는 미국산마가 47.5%로 마방입사년차별로는 2년차가 41%로 가장 높은 출현율을 나타냈고 악벽별로는 성별에서 암말은 축벽(벽을 차는 버릇)이 7%로, 숫말에서는 무는 버릇이 12.9%로 그리고 거세마에서는 웅벽(앞발을 벌려 딛고 좌우로 흔드는 버릇)이 5.7%로 가장 높은 출현율을 보였다. 그밖에도 논문에는 주암마사(35.7%)와 삼포마사(40.6%)에서의 악벽 출현율 비교 등 소중한 통계자료가 실려있다.
앞으로 박사과정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그는 기간을 두고 경주마 악벽에 관한 여러번의 조사를 통해 완성된 논문을 펴내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한 번의 조사로 이뤄진 이번 논문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내용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복이 많다.”
공부를 시작하고 가장 좋았던 점은 가족에게 충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인(김철숙氏)에게는 성실한 남편, 딸(나라, 고1)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퇴근 후엔 학교와 도서관만 다니다 보니 무엇보다 부인이 이를 반겼다. 또한 항상 노력하고 공부하는 모습은 딸에게 살아있는 교육 그 자체였다.
그가 그렇게 믿음직한 가장이 되기까지는 주위의 도움도 컸다. 그는 인터뷰내내 인복(人福)을 강조했다. 대학시절 평일은 물론이거니와 경마일에도 시험 때문에 외출해야할 때가 많았다. 그 때마다 난처한 얼굴로 당시 소속조 하재흥 조교사에게 외출허가를 받으러 갈 때면, 하조교사는 나무라기는커녕 항상 “당연히 가야지, 잘 하고 와”라고 그를 격려해줬다. 건국대 농축대학원 진학과 함께 44조로 소속을 옮기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마방 업무를 주관하는 박천서 조교보는 항상 잘 갔다오라며 격려해줬고, 장두천 조교사 역시 “조교보한테 말하면 됐지 뭘 나한테까지 보고하고 그러냐”며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다른 마방 식구들도 그의 빈자리에 불만을 갖지 않고 격려해주고 힘을 주었다. 대학에 진학한 여느 관리사들이 시간적 이유와 주위의 비협조로 다수 중도에서 포기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인복이 많아 일일이 감사하다는 인사하기가 힘들 정도”라는 그의 말이 결코 허언(虛言)은 아닌 듯 싶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