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사랑하는 사람 ‘윤영귀’
- 기수에서 관리사로 전직 1호 … ‘조교사 꿈꾸며 묵묵히 말과 생활한다’
경마장의 꽃으로 불리는 기수, 비록 프로직업인으로서 사회에서 받는 인식이나 대접이 여타 프로스포츠인에 비해 뒤처지지만 그들 스스로 갖는 자긍심은 대단하다.
그런 기수생활을 접고 관리사로 말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윤영귀씨다.
90년대 초 경마에 입문한 경마팬이라면 금방 아! 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9기로 83년 경주로에 데뷔한 윤은 ‘최고의 승부사’라는 닉네임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승부욕을 보였었다. 특히 그는 뚝섬시절인 88년 김명국, 김종온과 함께 승률타이틀에 도전, 50%에 근접하는 복승률로 최고 복승률을 기록했다. 그가 세운 기록은 아직도 최고의 복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데뷔부터 3kg씩 감량을 해야했던 체중문제로 인해 과천으로 옮기고 난 후부터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95년을 지나면서 거의 기승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한해에 50전을 기승해야 하는 조건을 채우지 못했고, 기수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경마역사상 최초로 기수에서 관리사로 전직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당시 논의가 되던 조교전담기수 제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마사회 직원들의 인사이동으로 제도자체가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말았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꿈이 깨어졌을 때의 기분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살을 맞대며 함께하던 경마공원 사람들과의 생활이었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온 것은 바로 말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기수시절 체중으로 인해 말타기가 점점 힘들어질 때 조교사를 목표로 했었다. 철들며 얼마되진 않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한 말과의 생활을 접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는 현재 34조(신우철 조교사)에 소속되어 있다. 주된 업무는 16년의 기수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필 새벽훈련이다.
34조에서 생활하게 된 지 불과 3개월 정도지만 자신이 훈련시킨 경주마들이 높은 입상률을 보이고 있는 것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점점 잊혀져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을 꼭 기억해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오늘도 윤은 기수로서 달렸던 경주로를 훈련자로서 말과 함께 달리고 있다. 명기수를 꿈꾸는 후배기수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그들 어깨에 자신의 꿈을 나란히 싣고서 달리는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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