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정지 안겼던 ‘오델리아’로 첫승 신고
가장 좋아하는 말 ‘오델리아’로 우승해 함박웃음
“실력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최선 다한다”
지난 16일(일) 6경주가 끝나고 순위가 확정되자 관람대는 물론 기수대기실까지 술렁거렸다.
바로 20기 신인기수중 하나인 이신영 기수가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기수가 기승했던 마필은 ‘오델리아’, 지난 8월 12일 급작스런 내측사행으로 3명의 유망기수를 한꺼번에 낙마시켜(?)버렸던 바로 그 문제의 마필이었다.
경주를 앞두고 관람대 분위기는 빠른 선행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강했던지 인기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예상대로 ‘오델리아’가 선행으로 경주를 이끌고 4코너를 먼저 돌아나섰다. 그러나 막판까지 첫 우승의 여유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외곽에서 천창기 기수의 ‘아워베스트커빗’이 쏜살같이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그녀는 또 한번의 우승을 놓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외곽에서 올라오는 기세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장안소에 있을 때 결과가 나왔고, 우승 확정 모습을 보면서도 실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첫 승에 대한 실감이 나면서,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98년 이신영은 입시의 압박감에 고민을 해야했던 평범한 고3 여학생이었다. 단지 운동에 대해 남보다 애정과 적성이 있던 까닭에 체대입시를 준비했다는 것이 특징이랄 수 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교사가 그에게 기수를 해보라고 권유를 한 것이 인생항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경마장에 대한 호기심 반, 이색적인 직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모험심 반으로 기수후보생에 도전을 했다.
20기에는 그녀와 같은 생각을 가진 4명의 여성들이 함께 출발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고, 힘들 때면 포기라는 단어가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힘든 고통이 괴롭힐 때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수에 대해 도전하겠다는 열의가 생겨났다.
처음 후보생에 도전했을 때는 상당히 많은 체중이 나간다고 밝혔고, 실질적으로 후보생시절 체중조절에 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동안 꾸준한 체중 관리와 체력단련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체중에 관해 전혀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아직은 신인이지만 그녀도 프로인으로서 자긍심이 엿보인다. 물론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자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첫 승을 달성한 이신영은 그러나 이제 기수로서의 첫 족적을 남긴 것일 뿐이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다시금 한발짝 앞으로 옮기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는 선배기수들 모두가 겪었을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도전적인 사고로 남이 가지 못하는 길을 걷고 있는 이신영에게 다가올 어려움은 장애물은 될지언정 넘지 못할 벽은 아닐 것이다.
자칫 핸디캡으로 작용할 지도 모르는 여성기수라는 멍에를 털어버리고자 노력하며, 한 명의 기수로 동등하게 서겠다는 그녀는 “실력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이신영 기수 인터뷰〉
― 드디어 기다리던 첫 승을 했다. 첫 승 당시 소감은
▲ 우선 첫 승을 했다는 자체는 너무 기쁘다. 경주전 ‘오델리아’가 3등만 해도 승군을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주 당시에는 우승을 했는지 몰랐다. 외곽에서 창기선배님이 보이길래 또 2등이구나 생각했다. 장안소에서 우승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도 ‘진짜 우승을 한건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얼떨떨했다.
― 1개월 기승정지를 안겨주었던 ‘오델리아’로 우승을 했다. 기승하는데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 사실 ‘오델리아’에 기승해 울고 웃고 했다. 그러나 낙마사고는 말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이번에 기승하면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오델리아’인데, 이 말로 첫 승을 하게돼 너무나 기쁘다.
― 김점오 조교사와 안병기 기수의 칭찬이 대단하던데
▲ 글쎄 조교사님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것은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아직 모든 면에서 미흡하고 모르기 때문에 위축되지 말라고 그러시는 것 같다. 항상 감사하고 있다. 최고의 기수인 안병기 선배님의 후배로 있게 된 것은 나에게 너무나 큰 행운일 것이다. 선배님이 있어 너무나 든든하다.
― 여성기수에 대한 관심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 솔직히 너무나 부담스럽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잘하거나 못하거나 얘기가 나오게 되니까 약간은 기피증이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 성별차에서 체력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리고 자신의 단점은
▲ 다소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아직까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단점 투성이겠지만 그중에서도 급한 성격이 가장 큰 단점일 것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급하기만 하다.
― 이제 본격적으로 승을 쌓아가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앞으로의 각오는
▲ 그동안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처음 기수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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