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도 끊임없는 자기개발, ‘노력만이 살길이다.’
-영예기수 달성 후 조교사 되는 것이 마지막 목표.
-주위의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 마흔. 마흔이 아니라 쉰이 넘어서도 리딩자키로 군림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기수들이 허다한 외국에선 한창 나이지만, 우리나라에선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하지만 우리경마에도 나이에 관한 통념을 무색케 하는 기수가 있다. 61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꼭 40을 채운 김창옥 기수. 그의 성적은 그의 ‘쉼 없는’ 노력의 결과였다.
-‘경마대회의 사나이’, 특별경주쯤이야...?
김창옥 기수하면 떠오르는 것이 경마대회다. 그의 별명이 ‘경마대회의 사나이’일 정도로 경마대회에서 그의 활약은 확실히 남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냉철한 승부욕에서 나오는 대담한 말몰이. 그는 침착히 편하게 타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성적을 낸 원인이었다고 담담히 말한다. 능력마들의 혼전, 주위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경마대회의 특성상 누가 평상심을 유지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무슨 대단한 비결이라도 있을 줄 알았던 기자의 기대를 져버리며 침착(?)히 얘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바로 그 침착함이 ‘경마대회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얻게된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바로 그 ‘경마대회의 사나이’가 지난 16일(일)에 특별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별경주 우승. 어떤 특별한 소감이 있을만 한데, 그는 자신의 기쁨을 표하기 전에 후배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인기마에 기승해 부담이 컸을 거라며, 일반경주든 특별경주든 기수들은 누구나 우승 욕심을 내기 마련이고, 어쨌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겠지만, 이번 경험이 좋은 약이 됐을 거라고... 자신의 우승은 그저 레이스가 잘 풀려서일 뿐이라고 한다.
-기수생활의 전기가 된 호주생활
83년 23살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기수양성소에 입소한 그는 신인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데뷔 첫 해 수습해제를 일궈냈을 정도로 그의 등장을 화려했다. 경마대회 경험이 많다보니 그가 고삐를 줬던 명마들도 수두룩하다. 재미있는 것은 열 세 번 출전해 열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명마 ‘가속도’의 유일한 패배가 바로 그가 말몰이를 했을 때 나왔다는 것이다. 91년 10월 20일 한국마사회장배 경마대회 5위가 바로 그 것. 하지만 그는 불과 두 달 뒤인 12월 15일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 생애 두 번째 경마대회 패권을 거머쥐며 ‘가속도’의 명예를 회복한다. 현재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마필은 과천벌 최고의 도주마 ‘샤이닝타임’. 은퇴식에서 자신의 말몰이로 마지막 질주를 했지만, 이미 정상에 올라 있을 때 만난 ‘가속도’보다는 능력검사 때부터 고락을 같이해온 ‘샤이닝타임’이 그에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과천에서 정상급 기수로 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에게 기수생활의 커다란 전기가 마련된 것은 97년.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서범석 기수(현 12조 조교사)의 소개로 호주 퀸즈랜드에서 약 8개월간 기수생활을 하게 된다. 호주는 ‘대견’, ‘신세대’의 고향으로 뉴질랜드, 미국과 함께 우리경마의 주요 해외 젖줄. 하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마필들은 정작 현지에선 최하급으로 분류되는 마필들이다. 그만큼 호주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선진경마시행국이다. 한국에서 수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명마로 불리우는 마필들에 기승했던 그는 호주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세계속에서 한국경마의 주소를 몸으로 실감했고, 정말 ‘명마’들의 말몰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우물안 개구리’였던 자신을 자각하게 된 셈. 30대 중반의 나이도 그곳에선 결코 노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젊은 축에 속했었다고 한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기승술 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호주에서 몸소 익힌 영어로 훗날 천창기, 김택수 기수와 함께 아일랜드 경마학교에 통역 없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호주 생활을 통해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두 가지를 충고한다. 첫째는 체력관리. 기수는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를 성공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항상 연구하고 자기개발에 힘써야 한다며 자신과 같이 해외 경험을 쌓을 것을 추천한다.
-수년 안에 조교사 되고싶다.
그의 현재 목표는 5백승 달성.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바탕으로 26승을 남겨 놓은 상태다.(9월 16일 현재) 5백승은 기수로서 최고 영광인 영예기수의 조건인 동시에 조교사로서 새출발을 꿈꾸는 그에겐 꼭 필요한 통과의례인 셈이다. 기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스쿼시, 러닝 등 꾸준한 운동으로 불혹의 나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체력엔 자신 있지만, 후배를 위해서는 물러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오랫동안 기수 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좋은 말을 배출해 좋은 후배들을 키워내는 것도 선배의 역할이 아니겠냐며 반문한다. 수년 안에 조교사로 데뷔하고 싶다는 김창옥 기수. 국내외에서의 기수생활,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조교사를 향한 의지, 한 곳만 보고 달려온 그의 열정은 오늘도 쉬지 않는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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