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수로 못다 이룬 꿈, ‘후배 양성’으로 영글어 간다
말과 함께 하는 생활은 아직도 외부에서 보면 특별난 직업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기수의 꿈을 펼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중 적지 않은 수가 다시금 경마장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호까지는 경마장의 꽃으로 불리는 기수생활을 접고 관리사로 전직을 했던, 전직기수들을 만나 말사랑, 경마사랑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기수로서 자신이 못다이룬 꿈을 후배육성으로 풀어내고 있는 손영표 기수양성소 교관을 만나 들어본다.
현재 기수양성소에서 교육중인 21,22기 기수후보생은 물론 현직 기수들에게도 호랑이 교관으로 통하는 손영표 교관.
갓난아기와 비교할 수 있는 후보생들에게 말을 탈 수 있는 기초인 기본마술을 담당하고 있는 손교관은 알고 보면 후보생에게 대선배가 된다.
그는 85년 11기로 홍대유 현기수협회장과 함께 경주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86년초 군입대로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고, 복귀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수생활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수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체중으로 인해 고생을 하면서 기승했기 때문에 그가 출전했던 경주는 고작 35전 정도.
짧은 시간 경마장을 떠나기도 했지만 곧바로 제주경마장에서 말과 함께 하는 생활을 했다. 마필관리사면서 유도마 기승을 했던 것이다.
3년여를 제주도에서 보낸 후 그는 94년 4월 기수양성소에 교관시험에 합격하면서 손수 후배를 육성하는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는 유도마 기승을 하면서도, 그리고 예비기수들을 교육하면서도 자신이 기수를 그만둔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처음 기수가 되면서 품었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뿐.
하지만 다시 말을 탈 수 있다는 것에 만족을 했고, 더 나아가 자신이 못 피운 꿈을 후배 육성을 통해 표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손교관은 후보생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는 것에 섭섭함을 느낀다. 오랜기간은 아니지만 자신도 기수였던 시절이 있기에 어린 후배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사적인 감정이고, 항상 위험을 안고 경주를 치러야하는 기수로 만들어야 하는 교관신분이기에 엄격한 규율을 강조해야한다.
한마디의 따뜻한 말이 위로가 될 때도 있지만, 엄한 질책을 함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16기 기수부터 배출하기 시작한 그는 벌써 20기까지 다섯 기수를 가르쳐 경주로에 데뷔 시켰다. 한편으론 기특한 생각도 들지만 이런저런 사고가 있을 때마다 교육할 때 좀더 주의를 주고 확실한 교육을 했었어야 한다는 후회가 많이 찾아온다.
한 기수가 수료를 할 때마다 미흡한 점이 보이지만 교관으로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적어 안타깝다고 한다. 한번이라도 더 말을 태워주고 싶은데, 여건상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아쉽게 생각된다.
손교관은 최근 짬이 날때마다 승마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승마선수로 대회에 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마대회를 통해 자신의 짧은 경주경험을 보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론으로 후보생을 교육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노력하라고 말로써 다그치기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함이다.
현재 2년차인 21기 후보생들은 앞으로 장애물 시합에 나설 계획이다. 물론 정규시합은 아니고 번외경기지만 장애물 연습을 통해 도움이 되라는 것이다. 장애물을 넘을 때와 발주시 비슷하기 때문이다.
기수생활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다부진 마음가짐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가 평하는 요즘 후보생들은 한마디로 너무 마음이 여리다.
참고 열심히 하다보면 여기보다 더 좋은 직장이 없는데, 그리고 좋은 여건에서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빛을 발할 수 있는 곳 또한 기수생활인데, 정신력이 매우 부족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손교관은 현재 기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보생들에게 “꿈만 가지지 말고 스타가 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선배로서 충고한다.
자신이 채 펼치지 못한 꿈을 후배육성의 길로 완성시키고 있는 손영표 교관. 아직 부족한 자신이라고 말하며, 오늘도 주어진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한 질책과 눈물을 쏙 빼는 혹독한 수련이 겉모습이지만 그의 속마음은 너무나 따뜻하다.
꿈을 가지고 거기에 정진하는 아름다운 모습의 손교관이 한국경마사를 빛낼 멋진 후배를 탄생시키길 바래마지 않는다.
【서영석 팀장,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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