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대회 우승, 최고기록 경신으로 최강자 ‘우뚝’... 명마로 만들겠다.
-‘포트오먼’이 지난달 26일(일) 1900m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외산마 최강자로 우뚝섰다. 올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다함께’, ‘더스파이커’ 등 쟁쟁한 강자 사이에서 어려운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4월 마주협회장배를 거머쥔 데 이어, 기록 경신까지... 그런 ‘포트오먼’을 바라보는 이태식 마주는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7월에 산통을 한 번 앓고, 구절염으로 다리까지 온전치 않은 상태라 이 마주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TV로 경주를 지켜보고 잘 뛰었다고 생각했지만, 최고기록을 경신한 줄은 몰랐었다. 다음날 인터넷으로 경주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알았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3F 타임이 36초 6으로 지구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이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사실 그는 지난해 JRA트로피 경마대회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그에게 가장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는 JRA트로피에서 ‘포트오먼’은 빠른 선행을 나선 ‘샤이닝타임’과 ‘더스파이커’를 따라가다 후반 전력질주로 우승을 차지했었다. 당시 기록이 1분 56초 3으로 1800m 최고기록에 0.1초 뒤진 기록이었다. 그는 후에 김명국 조교사와 기록경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그는 빠르게 레이스를 전개한 ‘신세대’와 ‘토탈’을 보고 그 때 상황과 비슷해 내심 좋은 기록을 기대했었다고 한다.
‘포트오먼’을 비롯한 보유마에 관한 한, 데뷔전부터 모든 전적과 경주상황, 상대마필들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그는 지난 7월 14일 제9경주 이후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고 한다. 인기 1위로 당연히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믿었던 ‘포트오먼’은 ‘로빙’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3위 ‘다이센’에게도 겨우 목차로 승리, 자칫하면 입상에 실패할 뻔했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만일 입상을 못했더라면 상당히 난감했을 것”이라며 그 때 이후로 누차 조교사에게 “‘포트오먼’은 단순히 마방식구들과 나만의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포트오먼’의 승패에 수많은 팬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만큼, 완전한 상태에서만 출전시키고 출전한 이상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선을 다해서 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지만 컨디션이 나빠서 지는 건 변명에 여지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강 ‘포트오먼’, 신예 ‘리포트’ 보유, 사양관리·훈련 등에도 일가견
그는 현재 외산 최강마 ‘포트오먼’과 국산 신예마 ‘리포트’ 두 마리의 마필을 소유하고 있다. 두 마필의 구입 배경이 재미있다. 외산마 ‘포트오먼’은 분양추첨을 통해서 얻었는데 공교롭게도 추첨일이 출장과 겹쳐 부인이 대신 추첨에 임했다. 결국 그는 부인덕에 ‘포트오먼’이라는 명마를 얻게된 것이다. 아직도 그의 부인은 그 일에 대해 자신의 안목을 자랑한다고 한다. ‘리포트’는 지난해 경매에서 구입했다. 그가 직접 갈 수 없어 조교사에게 일임했는데, 사실 그와 조교사는 모두 ‘블랙페가수스’에 반해 있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대로 하되, 최고가로 값이 치솟을 경우는 포기하라고 했는데, 결국 ‘블랙페가수스’는 경매사상 최고가로 다른 마주에게 낙찰되고 말았다. ‘리포트’는 이를테면 ‘블랙페가수스’의 대타로 구입한 셈이다. 현재 3번 출전해 두 번 2위를 기록,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런 성적이 그에게는 그리 탐탁치않다. 어쨌든 하위군에서는 무조건 연승을 거둬야 상위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포트오먼’이 데뷔 후 8연승을 거둔 것처럼 ‘리포트’도 조만간 연승행진을 하지 않는 한,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기자에게 반문한다. 현재 두 마리 모두 김명국 조교사의 42조 소속. 96년경 “경력은 없지만, 착실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김 조교사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마방 개설 초기, 보유 두수가 적어 고생하던 42조 마방에 이 마주의 ‘포리스트래시’는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때 이후로 김 조교사와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젖소목장에서 직접 사료를 먹이고 초지를 가꿔본 경험이 있어 김 조교사가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할 정도로 사양관리와 훈련 등에도 박식하다.
그는 마주로서 ‘명예’를 중시한다. 지난 4월 마주협회장배 우승 당시, 그는 ‘울프사일런서’에게 추입을 허용하며 아쉽게 우승을 놓친 줄 알았다. 사진판정까지 가서 코차의 피말리는 승부로 승패의 명암이 엇갈리는 순간엔 이미 상대 마주에게 축하인사를 건넨 상태였다. 그는 당시 경마가 주는 승부의 묘미를 느꼈다고 한다. 바쁜 일정과 마방 식구들이 불편해할 거라는 이유로 경마대회가 있는 날이 아니면, 좀처럼 경마장이나 마방을 찾지 않는 그를 만나러 사무실로 찾아갔을 때, 그는 수북히 쌓아놓은 ‘포트오먼’에 관한 자료를 일일이 들추며, 기자에게 베팅이 아닌 승부로 즐기는 경마의 즐거움을 보여줬다.
꼼꼼히 스크랩해둔 자료를 들추며, 지난 마주협회 경마대회 때, 회사의 외국인 임원들이 직접 경마장을 찾아 ‘포트오먼’에 베팅하며, 마주인 그에게 축하와 존경의 시선을 보내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외국과는 다른 시각차가 존재하고 부정적 의식이 팽배한 것이 아쉽다며, 경마 인식개선을 위해선 모든 경마종사자 뿐만 아니라, 팬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함을 강조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약력〉
경남 밀양生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1961 심계원(현 감사원) 입사
1988 감사원 이사관(국장)
1990 사단법인 종합금융협회 상근부회장 취임
1992 제일생명 대표이사 사장 취임
1999 알리안츠제일생명 대표이사 회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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