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대회 첫 우승, 한(恨)풀었다. - 안해양 조교사
-국산강자 ‘무비동자’와 함께 무관의 설움 날렸다.
-말은 마방에서 만들어지는 것... 믿을 수 있는 조교사 되겠다.
-젊은 조교사 안해양과 국산강자 ‘무비동자’가 무관의 한(恨)을 푼 농림부장관배 경마대회. “시원하다”는 그의 우승 소감에서 그동안 우승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야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았던 큰 짐 하나를 벗어 던진 안해양 조교사. 선배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는 그의 표정과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축하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에서도 이제 흥분은 가라앉았고 어느 정도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새강자’ 꽁무니만 따라가라!”
조교사라면 누구나 경마대회 우승을 꿈꾸는 법,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의 애마 ‘무비동자’는 정상권의 실력에도 큰 대회에서는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 그의 안타까움은 더해만 갔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보고 싶은 마음은 오기로 변했고, 일류마인 ‘무비동자’가 무관이라는 사실은 한으로 남아있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조교사로서 할 일을 다 하고 때를 기다리던 그는 지난 7월 한국마사회장배 경마대회를 앞둘 때부터 ‘무비동자’의 발걸음에서 절정기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절정기의 발걸음, 거기에 능력기수의 기승, 대회를 앞 둔 그는 어느 정도 우승을 의식했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는 박태종 기수에게 “선행을 나가되, 여의치 않으면 ‘새강자’ 뒤만 따라가다 역전을 노리라”고 지시했다. 작전대로만 된다면 이번만은 우승할 자신이 있었고, 결국 리딩자키는 그의 작전대로 말몰이에 성공,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오랫동안 ‘무비동자’에게 2인자의 설움을 안겨줬던 ‘자당’을 연파하고, ‘새강자’를 따돌렸지만, 아직 국산마 최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아니 영원히 그들보다 뛰어나기는 힘들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 하지만 경주편성이나 부담중량 등 경주 외적인 조건이 따라준다면, 국산 최강의 자리를 수성하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마장은 내 인생의 승부처
25세의 나이에 관리사로 입사, 4년만에 조교보, 그리고 조교보 생활 10년만에 조교사 데뷔... 그는 경마장에서 초고속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온 엘리트다. 경마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정치에 뜻을 품었다. 24세의 젊은 나이에 신민당 정읍지부의 청년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국회 농림수산위에서 한국마사회의 사업보고를 들었고 그 때 처음 경마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경마장의 존재 자체도 몰랐을 정도. 결국 그는 정치의 꿈을 접고 관리사로 입사한다. 처음 몸담았던 곳은 22조. 입사 두 달도 안 된 신참관리사였던 그는 어느 날인가 술을 먹고, 조교사(백문진 전 조교사)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생떼를 썼을 정도로 당찼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로서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지만, 반대로 조교사 입장에선 상당히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그는 경마장이 인생의 승부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정치판에서 그의 꿈은 요원했지만 경마장에서는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에 앞만 보고 달렸다는 얘기다. 결국 그는 입사 8개월만에 말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51조(황의성 조교사)로 옮겨서도 어린 나이와 짧은 경력에도 ‘대장 관리사’로 조교사의 두터운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노하우는 당시 황의성 조교사로부터 배운 것으로, 그는 황 조교사를 대스승, 은사(恩師)로 생각한다고 한다.
-26조 키워드는 ‘단결’, 최고 마방을 꿈꾼다.
그 자신이 훌륭한 스승 밑에서 하나하나 배워 지금의 위치에 서서일까, 그는 지금도 될 수 있는 한 소속관리사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26조 마방식구들은 입사 3년차인 막내관리사까지 모두가 말을 능숙하게 타고 모두가 스스로 각자의 일을 처리한다. 26조 마방의 재산은 훌륭한 경주마가 아니라, 어디에 가든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마방식구들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의 마방에서 가장 비싼 말이 1천8백만원짜리(‘비키라’)일 정도로 그는 값비싼 말과는 인연이 없다. 하지만 소속 마필들은 모두 제 값 이상을 해내고 있다. 싸게 구입한 말들이 모두 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모든 말들이 제 값을 해낸다는 것이 그의 자랑. 좋은 말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것이 곧 조교사의 할 일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13두 마필로 시작, 현재 18두를 보유하고 있어 아직 데뷔 초기 마필 부족의 어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마필 확보는 현재의 성적을 유지하다 보면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여태껏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할 거라는 그는 믿을 수 있는 조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나로 똘똘 뭉친 마방식구들과 많은 투자와 노력, 26조 마방의 밝은 청사진을 제시하는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내 말 이길 말 있음 나와 봐!”
【권현 기자 knhn@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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