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신인기수 ‘첫 승 봇물’
문세영·이금주·유재필 지난 주 각각 첫 승 신고식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10월 둘째주 경마공원에서는 20기 신인들의 연속적인 첫 승 행진이 이어졌다.
토요일 문세영 기수로부터 시작된 첫 승 행진은 일요일 첫 경주에서 유재필 기수, 그리고 6경주에서 여성기수인 이금주 기수의 첫 승으로 이어지며 신인들에게는 풍성한 가을걷이가 되었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감회가 깊은, 그리고 시작점이기도 한 첫 승을 거둔 세명의 신인기수들을 만나 첫 승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추입마의 스릴이 좋다 -‘이금주’
“한번 예비연습을 해선지 기쁨이 좀 덜했어요”는 이금주 기수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부담이 생겼다고 한다.
지난 7일(일) 6경주에서 ‘신상사’로 첫 승을 기록한 이금주 기수는 세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수가 되었다.
대학교수님의 소개로 기수를 선택하게된 이기수는 ‘금녀의 집’이던 기수라는 직업에 도전한 것과 집안의 반대, 그리고 동기생중 가장 많은 나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당당한 기수로 우뚝 서게 되었다.
사실 이기수는 첫 승에 대한 기분을 이미 한껏 느낀 적이 있다. 물론 순위변경으로 잠시간의 기쁨으로 끝이 났지만, ‘럭키원’으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럭키원’의 순위변경은 오히려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신상사’가 많은 인기를 모았음에도 비교적 여유있게 경주를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특별히 욕심은 없었어요”라고 조금은 믿기지 않는 얘기를 하는 그녀는 하지만 후미에서 추입을 하던 중 앞에 한 마리만 남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됐고, 급한 마음에 익숙하지 않은 채찍질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결국 조교사님과 선배에게 첫 우승에 대한 축하말과 함께 사실은 쓸데없는 채찍질이었다는 충고의 말을 들어야 했다.
이금주 기수는 아직 전형적인 선행마에 기승한 경험은 없지만 추입마가 주는 스릴에 흠뻑 빠져있다. 앞에 가던 말들을 하나둘씩 제치면서 느끼는 스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동기생 사이에서 그녀는 ‘누나’로 불리운다.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모든 면에서 동기들을 챙기는 모습이 꼭 누나의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래 남을 수 있는 기수가 되고픈 이기수는 자신의 장점은 침착성을 유지하면서 단점인 중심잡기를 연마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2위 징크스 털어냈다 -‘문세영’
“저보다 조교사님이 더 기뻐하셨죠”라고 우승소감을 대신하는 문기수는 20기 신인기수중 가장 많은 입상기록을 가지고 있다. 동기들이 대부분 10전 안팎의 경주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무려 3배에 달하는 30전을 넘겼다.
데뷔를 하기도 전에 새벽훈련을 시키는 문기수에 대한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퍼져 데뷔전에는 이미 대성할 수 있는 신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첫 승의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30전만에 첫 승 신고식을 하게 된 것이다. 소속조의‘샛빛나라’가 미승리마 경주에 출전하게 되자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주위에서 얘기했지만 또다시 2위를 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하면서 경주에 나섰다.
출발과 함께 선행을 가지고 했지만 3두의 마필이 경합을 펼치면서 ‘혹시 무리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이 됐다. 4코너를 돌면서도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땅만 쳐다보고 마필을 추진했고, 결승선 전방 50m정도에서 채찍을 대자 걸음이 살아있음을 느껴 우승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옆에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되었고, 손을 들어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주위에서 인기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 스스로는 실감을 못하고 있다. 동기에 비해 빠르지만 이제야 31전을 넘기고 장거리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 초짜 기수인 것이다.
“이제야 조교사님 주문을 소화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선배들이 말하는 경주중 임기응변에 대해선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생각보다 늦은 첫 승이지만 첫 승을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얘기하는 문기수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기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핸섬보이 신인 -‘유재필’
“아직도 웃음이 가시지 않아요”
앳띠고 귀여운 얼굴에 가득히 미소를 띄우고 있는 유재필 기수는 첫 승을 차지하고 축하인사를 받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한다.
대부분의 신인기수들이 그렇듯 몇몇 동기를 제외하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전까지 4위를 2번 기록했지만 입상 성적이 없었던 것이다.
유기수는 7일(일) 1경주 ‘콤팩트’에만 기승을 했다. 바로 전경주에서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최외곽에서 출발을 해야했고, 인기마들이 많았기 때문에 유기수는 별 기대를 하지 못했다. 다만 출전한 이상 선두권에 붙어서 가보자고 생각했다.
4코너를 돌면서 마필이 앞으로 뻗는 걸음이 좋다고 느끼면서 입상권을 생각했지만 안쪽 마필에게 외곽으로 밀리면서 거리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에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그러나 상태가 좋아선지 스피드가 죽지 않았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데뷔전을 치르고 나서 동기들이 하나 둘씩 첫 승을 거두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언제나 하나’하고 애태우던 조바심이 일시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첫 승을 하고 나서 유기수는 한층 성숙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음이 편해지고, 경주중 시야를 넓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접하게 된 기수양성소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또한 정식기수가 되면서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출발 타이밍부터 자리를 잡는 것, 그리고 직선주로에서 추진을 하는 것 어느하나 힘들지 않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첫 승을 올리고 시작점에 선 그는 보다 성숙된 기수로서 빨리 30전을 넘기고 많은 기승기회를 가지겠다는 목표로 매진할 생각이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