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다시 찾은 경마장,‘경마장 최고가 되고 싶다’
중동 건설현장서도 온통 말 생각뿐
직접 뽑은 ‘차령장군’, 잊을 수 없는 애마
78년의 한국경마가 여타 스포츠를 제치고 팬확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경마가 가지는 고유속성에 기인한 점이 우선시 되겠지만, 그 이면에는 모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그늘진 곳에서 경마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48조 오문식 조교보, 그는 기수로 출발하여 관리사를 거쳐 조교보로 재직중인 지금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말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경마의 현장을 지켜온 사람이다.
그가 경마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세때인 75년이다. 기수양성소 3기로 첫발을 디딘 그는 76년 정식 기수로 경주로에 데뷔를 했다.
인적자원이 그리 많지 않았던 때라 별로 어려움없이 기수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 신인이었지만 6개월만에 40승을 올리며 수습딱지를 떼었을 정도로 아주 잘 나가는 기수에 속했다.
현재 신인기수들이 수습을 떼기 위해서 보통 2년여를 보내는 것을 생각한다면, 놀랄만한 성적이다.
그러나 잘 나가던 그에게 시련이 다가왔다. 2년의 기수생활을 하면서 80여승을 올렸을 때 경마장을 떠나게 되었던 것.
처음에는 자신의 첫 사회진출이었던 기수생활을 그만두고 생소한 사회로 나간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한창 건설붐이 일었던 때라 그는 중장비 면허를 취득해 중동 건설현장에 도전을 했다. 그 당시 중장비 면허를 가진 그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오히려 기수생활보다 풍족했다.
그렇지만 중동 사막의 모래바람과 싸우면서도 그의 머릿속엔 오직 말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보다도 말에 대한 그리움이 그를 괴롭혔고, 결국 새롭게 찾은 생활에 안주할 수 없었다. 결국 84년 경마장을 다시 찾게 되었다.
기수로서의 모습과 관리사의 모습이 비교가 될 만도 한데, 그는 단한번도 후회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그의 생활신조가 바로 ‘현생활에 최선을 다하자’였기에, 그리고 말이 좋았기 때문에 말과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소속조인 48조의 김대근 조교사는 기수출신 1년 선배다. 항상 정직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 조교사를 거울삼아 자신도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자신의 일의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마필수급이 늘어나고 성적이 좋아지면서 마방 전체에 활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 너무 고맙게 생각된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조교사, 기수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기쁘기만 하다.
그가 기수생활과 조교보 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무적’과 ‘차령장군’이다.
‘무적’이란 마필은 승부를 해서 단 한번도 져본 경험이 없다. 대단한 승부근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 경주에서 앞에 있으나 뒤에 있으나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차령장군’은 그의 손으로 직접 추첨한 마필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신마때는 너무나 까부는 마필이라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한 마필이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다만 제 걸음을 다보여주지 못하고 퇴사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중에 ‘차령장군’의 자마가 경주로에 데뷔해 어미가 못다한 한풀이를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99년 오조교보는 조교사시험에 합격했다. 어린 나이랄 수 있는 19세에 경마장과 인연을 맺아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현재의 자신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하며,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최선의 삶을 계속하고 있다.
말이 좋아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애마(愛馬)사나이 오문식 조교보는 경마장 최고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있다. 매순간 현재의 위치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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