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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기쁠 것 없어... 새로운 각오 다지는 계기일 뿐
-‘작은 거인’ 임대규 기수가 4백승 고지를 훌쩍 뛰어 넘었다. 항상 꾸준한 성적으로 팬들에게 믿음을 주는 임 기수의 또 다른 별명은 ‘경주로의 우편배달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어김없이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배달부의 꾸준함을 닮은 그의 성적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꾸준함으로 일궈낸 4백승. 하지만 임 기수에게는 1천승, 2천승을 향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4백승, 무리 없이 달성했다’
4백승은 그를 포함 현역기수 중 9명만이 달성한 대기록. 과천벌을 주름 잡는 ‘꿈의 기수’ 13기 중에서도 4백승을 넘긴 기수는 최다승을 기록중인 박태종 기수와 그 뿐이다. 이제 영예기수의 필요충분조건인 5백승을 향해야 할 때, 그는 “4백승은 1천승, 2천승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주위에선 4백승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지만 정작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4백승이 결정된 24일 제7경주.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는 기쁨보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기쁨이라면 주위의 시선으로 인한 짐을 벗어 던졌다는 것이 전부였다.
기수양성소 12기로 입사했다 부상으로 1년을 쉬고 13기로 데뷔해야 했던 그는 하지만 데뷔 후에는 무리 없이 비교적 평탄한 기수생활을 보냈다. 어렵지 않게 수습해제도 일궈냈고 1백승, 2백승, 3백승 때도 ‘아홉수’라는 달갑지 않는 징크스는 그를 빗겨갔다. 이런 이유로 4백승을 앞두고도 그는 전혀 긴장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3월말쯤에 4백승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그의 생각이 들어맞았다.
-첫 번째 소망... 소속조 조교사 되는 것
탁월한 승부근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 그는 정작 매경주 욕심 없이 말을 탄다고 말한다. 4백승 경주도 그랬다. ‘풍년’에 기승한 그는 내심 ‘2위 안에만 들어오자’고 생각했다. 상대 선행마가 초반 오버페이스 기미를 보이며 강선행을 나서도 그는 뒤에서 가만히 따라갔다. 결국 같이 갔으면 자신도 오버페이스가 됐을 거라는 그는 후반 역주로 역전승을 따냈다.
4백승을 거둔 후 음료수 값이 수월찮게 나갔다는 그에게 소속조 김일성 조교사도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조교사는 축하의 말 뒤에 “너만 잘 나가지 말고 우리집도 잘 나가게 해달라”고 농담 섞인 질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생각해보니 최근 소속조 마필보다 타조 기승에서 우승이 많은 것 같다며 웃는다. 이제 그에게 14조 조교사와 말들, 그리고 마방 식구들은 한식구, 한몸 같다. 지난 91년부터 14조에 둥지를 틀어 벌써 12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에게 김 조교사는 잊을 수 없는 은사(恩師)로 장차 14조 마방을 이어받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그의 소망이다.
-두 번째 소망... 오랫동안 경주로에 서는 것
하지만 14조 조교사가 되는 꿈보다 더욱 열렬한 그의 희망은 오랫동안 경주로에서 말몰이를 하는 것이다. 4백승 후에 1천승, 2천승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기수로서 승수(勝數)로 목표를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승 회수뿐만 아니라 경주일에도 새벽훈련을 하고 나와야 하는 등 기승 여건이 나쁘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수들이 구체적 승수를 정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오랫동안 말을 타고 싶다는 바램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기수도 사람인 이상 매번 잘 탈 수는 없는 법. 꾸준함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1년 단위의 성적을 보면 그는 쇄골부상으로 7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진 97년을 제외하면 최근 들어 매년 40승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도 그 자신이 몰아치기에 능한 기수라기보다는 꾸준한 기수라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순간순간 성적의 부침(浮沈)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
꾸준함으로 점령한 4백승 고지.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의 그것보다 한결 업그레이드 된 꾸준함으로 남은 기수 생활을 맞을 것이다. 4백승 고지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가 결코 거기서 안주(安住)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