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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많은 영세 목장... 자식 키운다는 마음으로 생산 열중
-‘해암장군’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5회 코리안더비에서는 각종 진기록이 쏟아졌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론드’ 자마의 더비 2연패. 평생 한 번도 어렵다는 더비 우승이 한 목장에서 그것도 한 어미의 뱃속에서 나온 것이다. 더비 2연패라는 영광을 안은 채 제주도 작은 시골마을에서 경주마 생산에 땀을 흘리고 있는 오공학 한남목장 대표의 얘기를 들어봤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론드’ 자마가 이렇게 뜰 줄이야...
94년 들여온 씨암말 ‘론드’가 그동안 배출해낸 자마는 모두 7두. 이중 경주마로 선을 보인 4두의 성적은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95년생인 첫째 ‘대통합’(부마 ‘큐리아레기스’)은 통산 11전 4승, 2위 1회. 96년생 둘째 ‘푸른강산’(부마 ‘랜드러쉬’)은 19전 3승, 2위 3회를 기록하며 모두 1군 무대를 밟았다. 뒤이어 셋째와 넷째 ‘햇빛마을’과 ‘해암장군’이 더비 2연패를 합작했다. 한 마디로 ‘형제는 용감했다’다. 오 대표는 생산자의 입장에선 돈을 많이 준다는 데 파는 게 당연한데 공교롭게도 모두가 20조 배대선 조교사 마방에
들어갔다며, ‘론드’ 자마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마필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장점을 잘 살린 마방식구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잘하면 더비 3연패도...
‘론드’의 다섯 번째 자마 ‘패왕’은 20조 마방에서 경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번 더비를 계기로 ‘패왕’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된 가운데, 오 대표는 ‘패왕’이 ‘햇빛마을’이나 ‘해암장군’보다는 낫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모든 자식들이 이뻐 보이기 마련이지만, 일단 체형도 그들보다 좋고, 힘도 넘쳤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오 대표가 ‘론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94년. 생산자협회에서 미국 씨암말들을 일괄구매해 분양했는데 운 좋게도 그가 ‘론도’의 주인이 됐다. 당시 경주마 생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던 그는 전혀 기대도 못했다. 더비 2연패라는 위업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막상 더비 2연패를 달성한 그는 “나만 큰 대회에서 이겨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아직도 열악한 상황에서 생산에 전념하는 동료 생산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랬다.
-희망이 있어서 계속한다.
더비 2연패의 한남목장이 문을 연 것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른 목장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론드’도 그와 같이 남의 집에서 자식을 낳았던 것. 더부살이 6년 만에 남제주군청의 군유지(약 2만 5천 평)에 자신의 목장을 마련했다.
가족들과 제대로 된 휴가 한 번 간 적 없고, 온 신경을 말에만 써야하는 이 직업을 그는 결코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을 거라고 한다. 더비 2연패의 생산자이지만 그것이 명예가 될 지는 몰라도 돈은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푸념이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그를 이 곳에 묶어두는 그 무언가가 있다. 자식같이 키운 말이 경주를 앞두고 있을 때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하더라도,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부모가 느끼는 그 흥분과 조바심.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의 희열. 그것을 그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