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최범현 기수 - “도약의 계기 마련했다”
-29일(토) ‘롱히트’ 깜짝 우승... 감격의 첫 승 신고
-아직은 평가받기 이르다... 최고 기수 위해 이제부터 시작

-29일(토) 제4경주. 단승식 74.7배의 비인기마 ‘롱히트’가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최범현 기수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우승을 확인하는 순간, 최 기수는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데뷔 첫 승. 일년 가까이 승수를 올리지 못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던 짐을 벗어 던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우승까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어서 기쁨은 더욱 컸다.

-“레이스 잘 풀렸고, 운도 따랐다”
사실 그가 첫 승을 기대했던 것은 ‘천마대성’에 기승했던 제2경주. 하지만 6위로 경주를 마쳐 첫 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롱히트’는 단식 74.7배가 말해주 듯 우승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방에서도 기대하지 않았고 마주 역시 최선을 다해 순위권(5위)에만 들어오면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경주 전 조교사는 선행을 나가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롱히트’는 그동안 선입으로 경주를 펼쳤던 마필로 그 날 경주에서도 선행이 수월치 않았다. 순간 그는 더 추진해서 선행에 나설지, 선두 뒤에서 차분히 전개할지 갈등했다. 결국 초반 강한 추진으로 선행에 나섰고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레이스 내내 누군가가 뒤에서 치고 나올 거라는 생각으로 불안했다는 그는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관중들의 함성을 듣고서 우승을 예감했다. 인기마가 1위를 질주할 때 나오는 함성이 아닌 비인기마가 들어올 때 나오는 높은 톤의 함성이 들렸던 것이다. 결승선을 통과하고서도 그는 자신이 정말 1위를 했는지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봤다. 나중에 인터넷 동영상으로 자신의 첫 승 경주를 본 그는 그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조건에 꾸준한 훈련... ‘이제부터 시작’
반복되는 생활이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는 그는 비록 늘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정직한 결과로 보답 받는 기수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어렸을 때 다친 팔 때문에 군 문제도 해결됐고, 체중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의 조건은 기수로서 최적이다. 문제는 자신의 노력 여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기관리에 소홀했던 그는 올해 들어서는 기승기 훈련, 러닝 등으로 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이제는 하루라도 운동을 안하면 이상하다. 요새는 52조에서 ‘알바’(타조 경주마를 새벽훈련 시키는 것)가 늦게 끝나지만 그래도 운동을 거르는 법이 없다. 쉬는 시간에도 온전히 쉬지 않고 동영상으로 자신의 경주, 기승할 말의 경주를 연구한다. 낙천적인 성격으로 승부 근성이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성격을 고쳐서라도 반드시 강한 근성으로 무장하겠다고 다짐한다.
“몇 백승 한 선배님들도 계신데...”라며 말문을 연 그는 첫 승이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단지 1승이지만 자신감이 생겼고, 열심히 타야겠다는 다짐도 갖게됐다.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현재 한 주에 한 두 번에 불과한 기승 기회가 좀더 늘어나는 것. 처음에는 출발할 때 고생해, 발주기에 들어설 때마다 압박감이 있었는데 기승 회수가 늘어나면서 출발에 대한 부담은 이제 없어졌다. 이러한 발전은 한번, 한번 기승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간다는 그의 자세 때문이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을 향해 노력하며 “아직은 평가받기 이르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최범현 기수. 미래의 스타 탄생을 기다리며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