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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꼼한 성격으로 데뷔 때부터 기승기록 정리
― 기수생활 중 대학졸업, 조교사 자격으로 해외연수
지난 23일(일) 11경주에서 김택수 기수는 국산2군 승군전을 치룬 ‘휩쓸어’에 기승해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우승의 기쁨은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김에게 있어 1승은 더 없이 소중하다.
기수로서는 다소 큰(?) 키 때문에 매년 연례행사처럼 체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그에게 있어 턱없이 부족한 기승기회 중 일궈낸 1승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체중과의 고독한 싸움을 벌이며 기수생활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최근 마방대부 대기자중 1순위가 되었다.
앞으로 마방대부가 있게 되면 곧바로 조교사로 활동을 하게 되는 그는 그동안 만학의 열정으로 기수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했고, 비록 조교사 자격이지만 3개월동안 아일랜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기수로서 최선을 다해온 그의 삶과 착실하게 준비한 그의 내일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최선을 다해온 16년
김택수 기수는 86년 12기로 경주로에 데뷔했다.
스스로를 선수라고 칭하는 그는 프로로서의 기수를 얘기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1백프로 만족을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사다. 김기수도 역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지난 16년의 기수생활을 되돌아보는 김에게 있어 기수생활의 전성기는 뚝섬에서 과천으로 처음 이사오던 해인 89년부터 91년까지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기수중 최다상금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95년부터 97년까지의 성적도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전성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는 상당히 꼼꼼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보물1호와 같은 것이 있으니 바로 그가 기수 데뷔 때부터 모아온 발자취가 담긴 스크랩 앨범이다. 그가 고이고이 간직하는 낡은 노트에는 첫 기승부터 3년여 동안 기승했던 경주에 대한 상세한 기록들이 적혀 있었다. 비록 3년으로 마감이 되었지만 두고두고 펼쳐보면서 처음 자신이 마음먹었던 첫 마음가짐을 잊지 않도록 노력했다.
첫 장을 넘기면 바로 자신이 첫 데뷔전을 치를 때의 출마표가 눈에 띈다. 그리고 기승소감과 자신의 기사가 실린 신문까지 꼼꼼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은 빛이 바랬지만 앞으로도 그가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만학의 열정과 다양한 도전
김은 상당한 열성파에 속한다. 기수생활을 하면서도 만학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98년 홍대유 기수협회장, 김옥성 기수 등과 함께 대림대에 입학을 했다.
기수들이 본업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는 달리 새벽 5시에 새벽조교를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 4시에는 일어나 일과를 시작한다. 오후에는 소속조의 말들을 교육시키고 마방 정리를 하면 오후 6시가 훌쩍 넘어 버린다. 이러한 빡빡한 일정으로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는 오전에 힘이 다 빠져버리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뒤늦게 선택한 학업에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비록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학력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만학의 꿈을 끝내 이루어냈다는 것에 스스로도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또한 그는 98년 9월 마사회에서 제공한 아일랜드 연수길에 오른다. 비록 조교사 자격으로 연수를 떠난 것이고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외국경마를 접하는 좋은 기회를 가짐으로써 보다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후배들에게 그가 부탁하는 것은 ‘일생의 목표를 세워라’다. 이 말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일 수도 있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조급함을 버리고 참고 인내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생활을 하면서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데, 평생을 신인기수의 마음으로 살라고 한다. 바로 그가 기수생활을 하면서 내내 가슴속에 간직했던 말인 것이다.
자신이 보내온 경험을 토대로 선배가 그랬듯이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그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오늘도 신인으로 돌아가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힘든 현재는 보람있는 내일의 밑거름
다년간 김기수를 괴롭혀 온 것이 있다. 바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체중조절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혀를 내휘두를 정도로 많은 운동으로 체중조절을 해왔지만 그도 해가 지나면서 점점 어려워졌고,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기승기회가 줄어들었다.
특히 그에게 있어 겨울은 너무나 혹독했다.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에는 아무리 운동을 해도 체중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겨울을 유난히 싫어한다.
김은 이미 오래전 자신의 내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최근 조교사로의 전업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조교사로 전환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핸디캡을 안고 경주에 나서는 자신이 기수로서 완벽함을 갖추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경주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자부하지만 체중조절로 인해 생기는 힘이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
지난 주 마방대부 대기자중 1순위가 된 그는 마사회에서 마방대부가 있게 되면 곧바로 조교사로 전업을 하게 된다.
지금은 체중조절로 힘들지만 보람있는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기수로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