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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기회 속 2백승 돌파, 김재섭 기수 함박웃음
2백승이 주는 의미
동기들은 영예기수, 아니 영예기수는 못되더라도 3백승을 돌파하고 4백승을 향해 뛰는데, 자신은 이제 2백승을 돌파한 것이 못내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재섭 기수의 얼굴엔 그러나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바로 나름대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동생인 제주기수 김용섭 기수의 5백승 기사가 바로 지난 주 실렸는데, 형님인 그는 2백승 돌파로 화답을 했다.
2백승이 김재섭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물론 어떤 우승이라고 특별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무려 3년여를 거쳐 기다려온 2백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과천시대 개막과 더불어 90년대 초까지 김은 상승세를 보이며 인기기수 대열에 합류를 했다. 그리고 93년 그랑프리 우승으로 절정기를 맞이하는 듯 했지만 언제나 맑은 날만 계속될 수는 없었나 보다. 목을 다쳐 4개월여 병원에서 보낸 것을 시작으로 온몸이 성할 날이 없을 정도로 잦은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이후로 90년대 후반은 김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자주 오지 않는 기회 속에서 1승씩을 올려가며 달성한 2백승, 김에게 있어 2백승이 주는 의미는 바로 그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마장에서 꿈을 이룬다
2백승을 거두면서 큰 긴장을 느끼지 못해다고 하는 그는 차라리 동기들의 3백승, 4백승 도전 때가 더욱 긴장됐다고 한다.
기수로서 경마장에 첫 발을 내딛을 당시 그는 최고의 꿈을 꾸었다. 자신의 권유로 기수가 된 동생은 비록 시기가 맞지 않아 제주경마장에서 기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최고가 되라고 한 자신의 부탁을 확실하게 지켜주었다.
하지만 동생에게 최고가 되다고 한 자신은 정작 남에게 내세우기 창피한 결과표만을 쥐고 있을 뿐이다.
특별히 감량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체중과 등산을 통해 단련시켜온 체력은 말을 타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그는 기수로서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더많은 승을 올리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조교사의 전업 기회가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기수로서 자신이 가졌던 최고의 꿈이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는 현재,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최고를 향해 힘차게 질주해고픈 마음에서다.
지난 98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김은 운이 따라 준다면 빠른 시일내에 조교사로 전업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최고 조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