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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조절 약점 극복하고 제주 최초 5백승 달성... “최초 달성 기쁘다”
-5백승은 기수생활 목표... 이제 영예기수 후 조교사 되는 것이 목표
-우승할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김용섭 기수가 드디어 5백승 고지를 점령했다.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그의 다승행진이 어느덧 그가 목표로 해온 5백승에 도달한 것이다. 그의 5백승은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후보생 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체중과의 싸움 끝에 이룬 결실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경주일마다 짜투리 시간에 기수대기실에서 「경마문화」를 펼쳐 본다는 김용섭 기수. 창간 4주년을 맞아 ‘제주도 리딩자키’를 만나봤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5백승!
역시나 대기록 달성이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았다. 4백97승을 기록, 5백승이 눈앞에 와 있었던 지난 4월 8일 그는 훈련 도중 낙마, 그만 오른쪽 갈비뼈에 부상을 당하고 만다. 하지만 한달 가량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조급해하거나 마음 상해하지 않았다. 다만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큰 짐을 빨리 벗어 던지고 싶었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경주에 나가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부상을 훌훌 털고 복귀한지 한달도 안된 5월 26일(일), 제9경주에서 ‘포용력’으로 여유 있게 우승하며 기다리던 5백승 고지를 점령했다. 무엇보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것을 제일 먼저 해냈다는 것이 그를 기쁘게 했다. 통산 3천1백31전 5백승, 2위 3백87회(5월 26일 현재). 독보적인 다승행진에 최초의 5백승이라는 금자탑이 더해진 것이다.
-최고 기수가 명마를 만났을 때...
5백번의 승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99년 제주일마배 경마대회. 통상 일마배로 불리는 이 대회는 서울로 말하자면 그랑프리와 같은 대회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99년 연말 치러진 이 대회에서 그는 ‘환영만찬’과 호흡을 맞춰 코차의 짜릿한 우승을 차지한다. ‘환영만찬’은 총 83전 34승, 2위 17회(5월 26일 현재)의 성적으로 현역 최다승을 기록 중인 마필이다. 원래는 98년 일마배에서 호흡을 맞추기로 했으나, ‘환영만찬’이 대회 한달 전 소속조를 옮기는 바람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99년에는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대회를 앞두고 ‘환영만찬’이 다시 소속조로 돌아와 우승할 수 있었다. 최다승 기수가 말몰이 한 최다승 경주마. 말하자면 ‘드림팀’이 구성됐던 것이다.
-최초 영예기수, 조교사 도전!
최초의 5백승, 제주경마공원 다승왕, 제주도 리딩자키 등 화려한 성적을 자랑하는 그의 비결은 바로 성실함이다. 그의 성실함은 체중과의 싸움에서 얻은 고통스런 열매다. 기수양성소 입소 때부터 체중조절은 그의 가장 큰 적이었다. 후보생 시절 한번은 체중조절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빈속에 과음해 다음날 훈련에 불참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1기 동료들은 단체기합으로 고생을 해야했고, 그는 아직도 미안해하고 있다고...
알려진 대로 서울경마공원 제13기 김재섭 기수는 그의 친형이다. 그가 기수가 된 것은 순전히 그 형 때문이었다. 경마장(뚝섬)에는 딱 한번만 가봤지만 TV나 잡지 등에서 말을 타는 형의 모습을 숱하게 봐 온 그는 그 멋에 매료돼 기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형에게 그의 꿈을 말하던 날, 형은 그의 팔목을 지긋이 잡더니, 체중이 많이 나가 안된다며 만류했다. 그런데 형의 말에 순순히(?) 꿈을 접고 큰 형 가게에서 일하던 그에게 어느날 형은 제주도에서도 기수를 뽑는다고 하더라며 그에게 제주기수에 도전해볼 것을 권유했다. 제주도 최고의 기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체중조절로 고생을 많이 하던 그가 힘들다며 못하겠다고 털어놨을 때, 그를 다잡아준 것도 형이었다. 역시 체중조절로 고생을 해 얼굴이 꺼칠해진 형은 남자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하지 않게냐며, 참고 견디라고 주문했다. 형의 얼굴을 보고 다시 각오를 다진 그에게 형은 지금껏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체중조절의 고통은 그가 기수의 꿈을 접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기수생활 하면서 나름대로 5백승을 목표로 했었는데, 그 목표를 이룬 것 같다며 이제는 제주도 최초의 영예기수에 도전하고, 제주도에서 조교사가 되는 것이 남은 목표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렸다. 타향살이의 설움과 어려움은 이미 다른사람 얘기다. 이미 그는 제주도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다. 훗날 팬들의 기억 속에 그는 ‘제주경마의 거목’으로 기억될 것이다.
-경마일 대기실에서 「경마문화」 보며 시간 보내...
제주 조교사와 기수들도 「경마문화」를 즐겨 읽는다. 서울경주의 출마표에 관심 가질 필요가 없는 그들에겐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사와 정보를 자랑하는 「경마문화」가 안성맞춤이다. 특히 기수들은 경마일 기수대기실에서 「경마문화」를 보며, 경마계 이슈와 서울에서 생활하는 동료, 선후배들의 소식을 접한다. 최고의 스타로 제주기수 중 가장 많이 「경마문화」에 이름이 올랐던 김 기수는 「경마문화」 중에서 우리경마의 현실과 발전방향을 곱씹어볼 수 있게 하는 김문영 칼럼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