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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기간 정도(正道)를 걷겠다”
지난 17일(토) 제3경주에서 드디어 김창옥 기수가 소속조 마필인 ‘녹산대장’에 기승 우승을 차지하면서 5백승 고지를 올라서게 됐다. 김은 현역 기수로는 8번째로 5백승을 넘어서며 영예기수 자격조건을 갖추게 됐다.
6월 15일 ‘다함께’ 우승으로 499승을 기록하며 상반기내 5백승 달성이 확실해 보였던 김은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5백승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평소 가장 안정적인 기승술과 성적으로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온 김창옥 기수의 5백승 달성을 축하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꾸준함이 일궈낸 5백승’
“별 것 없다. 생활을 꾸준히 하다보니 맺어진 결과다”
조교사가 될 수 있는 보장과도 같은 영예기수의 기본요건인 5백승에 대한 기수들의 염원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5백승을 달성한 김창옥 기수의 표정은 평소와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11기 기수로 85년 경주로에 데뷔한 그는 벌써 41살이라는 불혹의 나이가 되었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으로 항상 꾸준한 기수가 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에게 따라다니는 별명은 ‘경마대회 사나이’와 ‘해외파’다.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을 비롯해 그랑프리 2회 우승, 스포츠 조선배 경마대회 3연패 등등 90년 이후 무려 9번의 경마대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본인 스스로는 침착히 편하게 타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성적을 낸 원인이었다고 담담히 말하지만 그의 경주를 지켜보노라면 냉철한 승부욕에서 나오는 대담한 말몰이를 느낄 수 있다. 혼전, 주위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경마대회 그 속에서 과연 누가 끝까지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언제나 꾸준한 정도는 해왔다고 자신을 하는 김의 성적은 큰 부침이 없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의 말대로 누구처럼 몰아치기를 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기 때문.
과천에서 정상급 기수로 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가 두 번에 걸쳐 외국경마에 도전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97년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서범석 기수(현 12조 조교사)의 소개로 호주 퀸즈랜드에서 약 8개월간 기수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호주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세계속에서 한국경마의 주소를 몸으로 실감했고, 정말 ‘명마’들의 말몰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알게 모르게 나태해지던 마음가짐도 새롭게 변했다. 30대 중반의 나이도 그곳에선 결코 노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젊은 축에 속했었다고 한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기승술 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호주에서 몸소 익힌 영어로 훗날 천창기, 김택수 기수와 함께 아일랜드 경마학교에 통역 없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17년만에 가족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죠”
승패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합의 장이다보니 징크스가 크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고비가 되는 ‘아홉수’는 너무도 유명하고, 대부분의 기수들이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4백99승을 이룬 후 두 달의 기간이 걸렸다. 당연히 주위에선 ‘아홉수’가 아니냐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정작 김창옥 본인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7월부터 8월초까지 한달여 동안 경주에 나서지 않는 그에 대해 경마팬은 의구심을 나타냈고, 몸이 좋지 않거나 ‘아홉수’에서 벗어나기 위한 휴식이 아니냐는 짐작들이 나왔다.
이렇게 경마팬에게 궁금중을 심어준 그는 한달간의 긴 여정으로 가족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영국부터 스위스까지 가장으로서 하지 못했던 봉사(?)를 열심히 했다. 대부분 기수들이 그렇듯 그도 역시 기수로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제대로 시간을 내본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12살의 예지와 10살의 세은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한 유럽여행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을 것이다.
“5백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면 벌써 했겠지요”
김은 자신이 5백승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경주에 매달렸을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충분히 1승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는 연륜을 가지고 있는 그다.
5백승이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서 그는 과거 소속조의 보유마필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을 첫 번째 이유로 든다. 그랬기 때문에 기승회수에 비해 승이 적었던 것이다.
- ‘정도(正道)를 걷겠다’
우선 일단의 목표인 5백승은 넘어섰다. 말로는 무덤덤한 모습이지만 5백승이 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기쁘지 않을리 없다.
5백승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지나온 김은 수년내 조교사로의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
꾸준한 노력으로 기수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보다 높은 꿈을 위해 조교사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스쿼시, 러닝 등 꾸준한 운동으로 불혹의 나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체력엔 자신 있지만, 후배를 위해서는 물러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생활해온 오래남지 않은 기수생활이라고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항상 꾸준히 노력하고 언제나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다짐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