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적 낼게요”― 한성열 기수

‘당도리’ 순위변경 아픔 딛고 드디어 첫 승

기수 데뷔후 3년만에 첫 승
올해 2월 경주로에 복귀해 마수걸이 첫 승에 대한 애타는 도전을 해오던 한성열 기수가 드디어 지난 9월 28일(토) 제5경주에서 ‘나우’에 기승, 생애 첫 승을 거두었다. 말을 타기 시작한 이후 꼭 61전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물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적은 있다. 8월 24일(토) 12경주에서 소속조(12조) 마필인 ‘당도리’에 기승,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데뷔 4년만에 드디어 첫 승을 안은 듯 했으나 결승선 전방 200m와 100m에서 내측사행을 하면서 타마필의 진로를 방해해 순위변경의 아픔으로 이어졌다.
평소 털털한 성격을 보이는 한기수지만 “우승을 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관람대에서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또 심의가 아닌가 긴장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첫 승의 길은 쉽지 않았다.
격투기 운동에 몇 개의 단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한성열이 기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적절한 체격조건과 운동을 좋아하는 그에게 기수생활은 흥미로운 직업이었다. 그러나 18기로 응시한 그는 미역국을 먹고 말았다.
이후 오기가 발동한 그는 결국 19기로 기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어쩔 수 없는 이유에서 출발이 늦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앞설 수 있는 것이 프로의 세계인 것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을 꿈꾸며 출발점을 뛰쳐나온 한성열 기수의 상승세를 기대한다.

복귀 동기생의 활약에 심기일전
한성열 기수가 경주로에 나선 것은 99년 9월. 벌써 만3년을 넘긴 기간이 지나갔다. 물론 2년 3개월을 군복무로 보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주에 나선 것은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20기가 후배들이 펄펄 날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편하지 않았다.
복귀를 하면서 이제 맘놓고 최선을 다해 기수생활을 하겠다던 다짐도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성적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더욱 자극제가 된 것은 비슷한 시기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유훈 기수와 황순도 기수의 활약이었다. 물론 그들도 결코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첫 승에 목말라 하는 그에겐 너무나 커 보였기 때문이다.
라이벌 비슷한 심정을 느끼면서 ‘나도 할 수 있다’고 심기일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올 하반기 소속조를 옮기면서 새벽 마필훈련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한번의 경험이라도 아쉬운 그에겐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첫 승을 거둔 ‘나우’에 기승을 하면서 한기수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잘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주에 임했고, 경주도 잘 풀렸기 때문에 결승선 전방에서 경합이 있었지만 우승을 확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우승을 기쁨에 젖기도 전에 관람대에서 경마팬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혹시?’하는 생각을 가져야 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당도리’ 순위변경 기억이 언뜻 뇌리에 떠올랐기 때문.
후검량을 마치고 첫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선배와 동료 기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는 기수라는 직업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기수가 되어서 좋은 점을 ‘경주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제 한성열 기수는 우승을 기쁨을 아는 기수로 거듭 난 것이다.

“마방식구들에게 감사한다”
최근 한성열 기수의 경주모습을 보노라면 이전과 다르게 자신감 있는 경주를 펼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대해 그는 소속조 서범석 조교사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해외 유학까지 거친 기수출신 조교사이기에 누구보다 기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서조교사가 그를 믿고 가르침을 주기 때문에 한기수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속조를 옮기고 그가 처음 배운 것이 스타트 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실전에서 체계적으로 단련을 한 것이다.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뒤 이제 2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벌써 스타트 훈련을 지나 레이스 전개와 라스트 추입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그의 첫 승을 가장 기뻐한 것은 다름아닌 선임기수인 강태현 선배다. 자신의 일처럼 챙겨주는 조교사와 선배기수, 그리고 마방식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소속조를 옮긴 후 마방식구들이 우스개 소리로 ‘올해 10승만 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기수는 그들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기승기 훈련과 헬스 등을 통해서 체력을 키운다는 그는 유연성을 잃지 않기 위해 수영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여유시간에는 영화감상을 한다. 물론 신세대답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힌다.
첫 승을 늦게 해서 경마팬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는 그는 더 열심히 노력해 기수로서 경마팬에게 보답을 하겠다고 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